雲山 최순자(2024). 본래 주인은 그들이었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7.
공명재 풀베기와 꽃, 잔디 나무, 과실수, 야채 가꾸기 등을 하고 있다. 일 힘들게 생각했던 뒤쪽 수로 위 수풀 더미도 낫으로 정리했다. 이런 나를 본 이웃 주민이 “일해보신 솜씨에요.”라고 한다. 어느 분은 텃밭을 삽으로 파는 모습을 보고 “삽질도 잘하네.”라고 하신다.
문제는 온갖 벌레에게 물린다는 것이다. 뱀 허물은 두 번 봤으나 그나마 무서운 뱀은 보지 않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땅의 주인은 본래 그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에 인간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그런 인간에게 그들은 더 많이, 더 깊게 침범하지 말라고 종종 경종을 보내는 듯하다. 그동안 풀베기를 하며 왼쪽 눈가, 양쪽 귀 볼, 코 옆, 왼쪽 귀 등을 이름 모를 벌레가 물어 퉁퉁 부었다. 병원까지는 가지 않았다. 약을 바른 뒤 시간이 지나자 나았다.
벌에 두 번 쏘였다. 한 번은 부엌칼이 무디기에 수돗가에 있던 숫돌에 갈려고 잡는 순간, 왼쪽 새끼손가락 아래를 뭔가 톡 쏘았다. 뭐지? 하고 보니 아래쪽에 작은 벌집이 있었다. 약을 바르고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가렵고 부어오르고 손등이 검붉어지는 괴사 현상이 있었다. 그래도 위험한 부위가 아니라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 순간 나았다. 시간은 꽤 걸린 것 같다.
또 한 번은 뒤쪽 꽃밭을 매는데 오른쪽 입술 위를 벌이 날아와 쏘았다. 얼굴 가리개를 했는데도 순간이었다. 첫날은 괜찮았는데 이튿날 입술이 두꺼워지고 뺨에서부터 목 바로 위까지 부어오른다. 전에 옆지기가 벌레에 목을 물려 부어오른 것을 보고 의사가 “왜 이제 오셨어요? 큰일 날 수 있어요. 혹시 밤에 자다가 호흡 곤란이 생기면 응급실에 가셔야 해요.”라고 했다. 나도 혹시 기도가 문제가 될까 봐 병원을 찾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벌에 쏘였어요.” “언제요?” “어제요. 오늘 이렇게 붓고 가렵네요. 기도에 문제가 될까 봐 왔어요.” 의사는 일단 벌침이 남았는지 확인했다.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도는 더 깊은 곳에 있어서 괜찮아요. 얼음 냉찜질하세요.”라고 한다. 주사를 맞고 처방전을 받아 나왔다. 약국에서는 2일분 복용 약과 바르는 약을 받았다. 다행히 3일째부터는 나아지기 시작한다. 가려움증은 꽤 갔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에게 겸손을 요구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벌레라 할지라도, 아주 작은 벌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인간의 침범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본래 주인으로서 자기 영역 고수를 한다. 욕심내지 말고, 그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심히 공생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