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순자 Jul 07. 2024

물건을 치우지 않는 이타성

雲山 최순자(2024). 물건을 치우지 않는 이타성.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7.


“이거 좀 드세요.” 현관 벨을 누르고 동네 그분이 건네준 것들은 다양하다. 돌나물, 미나리, 두릅 등 자연에서 난 먹거리였다. 어느 날은 “민물고기 드세요? 직접 잡은 게 있어서요.”라고 한다. 


그에 대한 답례로는 한라봉, 수박, 음료수 등 사 온 먹거리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반주를 곁들여 식사 접대를 한다. 늦은 봄 어느 날은 고기를 굽고, 처음으로 직접 만든 개쑥떡도 내놓고, 국수를 삶아 드렸더니 “음식을 잘 만드시네요. 개쑥떡도 직접 만든 신 거예요? 국수는 호텔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어요.”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분 마당에는 온갖 물건이 놓여 있다. 이웃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빌리려 온다며 치울 수 없다고 한다. 그때 서야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정리했으면 하는 물건을 늘어놓은 이유를. “동네 마실을 잘 하지 않으시는 저 아래 사는 00 아버님이 하루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어요. 집에 망가진 게 있는데 쓸 만한 게 있나 하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물건을 치울 수 있어요?”라고 한다. 튼실한 데 한쪽이 망가져 사용할 수 없었던 우리 집 빨래걸이도 가지고 있던 전깃줄로 손봐 주셨다.


그분은 천성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인심을 가진 분인 듯하다. 아마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있다. 종종 “우리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게 좀 있어서.” 누구누구에게 줬다고 한다. 부모님이 있다고 다 그렇게 베풀지는 않을 터이지만, 그분의 부모님은 이웃과 나누며 사셨으리라 본다. 그것을 등으로 보고 자란 그분도 이타성을 배워서 주변에 베풀고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구순의 내 어머니도 늘 남에게 베푸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동냥’이라고 해서, 스님들 바랑처럼 천으로 만든 망토 하나 메고 음식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집에 들어서면 무서워서 비켜섰는데, 어머니는 마루나 방으로 모셔 밥상을 차려 드렸다. 나중에 커서 어머니께 그 이유를 물었더니 “먹는 것이라도 눈치 보지 말고 먹으라고.”라고 하셨다. 


‘자식은 말로 기르는 것이 아니고,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우게 해야 한다.’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부모가 하는 대로 자식은 배운다는 진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 조절 어떻게 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