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체형이란? (7)
내 나이가 50이 다 되도록 이렇게 걸어왔는데 지금 걸음걸이를 바꾸라는 건 어려워요. 꼭 보행 연습을 해야 하나요? 보행 트레이닝을 시키면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다. 지금 이 글을 보면서도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체형 공부하기 전에는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만 하면 통증이 사라지고 신체 질환이 개선될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이 때문에 현재의 불편함을 외면하고 언제든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질환이 발생한 후 운동을 시작하면 더욱 어려워진다. 일반 사람들도 운동하는 과정에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물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통증관리부터 시작해야 하고, 운동 가동 범위도 제한될뿐더러 금기되어야 할 운동도 생긴다. 신체 질환에 적합한 운동을 해야 하고, 이 운동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사용하여 약해진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운동은 지금까지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재활성시키는 것이기에 동작을 만들 때 매우 어색하다. 단순한 근력운동만으로는 이미 뇌에서 잘못 학습된 몸을 바꾸지는 못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근육을 더욱 사용하게 되어 체형 불균형을 유발할 수도 있다. 체형교정운동은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학습을 요구한다.
내 몸을 위하여 운동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굳은 의지가 없다면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라. 엄청난 무게의 덤벨과 바벨을 들고 쉼 없이 훈련한다.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하고 점진적인 과부하를 통하여 근육을 얻는다. 그러나 운동을 한 시간에 대비하여 근육량의 증가는 매우 미미하다. 티브이나 광고매체에서 나오는 불끈불끈한 몸매의 사람들은 정말 쉴 틈 없이 운동을 하고 단백질보충제와 크레아틴 및 각종 영양제를 섭취하며 주 5일은 운동한다. 식단 또한 어떠한가? 보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닭가슴살을 끊임없이 섭취한다. 이런 노력에도 근육을 더욱 크게 만들기 위해 운동선수들은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 사람들은 직업이기 때문에 약물의 부작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육의 성장을 위하여 감내하는 것이다. 근육을 성장시키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고통을 동반한다. 하지만 걸음걸이를 바꾸고 체형을 교정하는 것은 이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물론 방법을 몰라서 어려울 순 있다. 하지만 방법을 안다면 쉽다. 꾸준히 실천해야 하기에 귀찮고 근력운동처럼 외형의 변화가 없기에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뿐이다.
체형 교정 운동의 핵심은 근력운동이 아니다. 근육 재교육에 있다. 근육의 재교육이란 그동안 살아오면서 생활방식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아 사용 방법을 잃어버린 근육을 다시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손에 깁스했다고 가정하자. 오랜 시간 손에 깁스를 한 뒤 풀고 나면 어떠한가? 손을 움직이는 데 있어 아주 뻑뻑하고 어색해진다. 그 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해 보라. 처음에는 매우 불편하고 어렵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몇 번 정도 연습해 보면서 다시 학습한다면 언제 불편했냐는 듯이 젓가락을 사용할 수 있다. 보행 또한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동안 바쁜 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내 걸음은 엉망이 되어있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허리도 굽고, 발의 아치는 무너진 데다가 무릎에 통증도 있다. 그런데 내 보행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미 잘못된 보행이 내 머릿속에는 정상 보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의 걸음을 아주 잘 따라 한다. 관찰을 많이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잘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보행이 잘못된 회원들에게 ‘제가 당신의 걸음을 따라서 걸어볼게요’하고 보행을 보여주면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본다. ‘당신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과하게 표현했지만 제 걸음을 기억하시고 다시 걸어보세요.’ 그리고 다시 걸어보면 깜짝 놀라는 표정을 하며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인지하게 된 사람들은 이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어떻게 걸어야 하는 거지? 걸음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나가보면 팔과 다리를 같이 흔드는 사람도 있는 등 새로 배우는 걸음걸이가 어색하게 느껴져 매우 엉성하게 걷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좋은 변화이다. 그동안 자신의 보행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새로운 학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일주일 정도 보행 연습을 하고 다시 센터에 오면 이미 가지고 있던 통증의 절반이 줄어든 상태가 된다. 운동이 아닌 보행에 대한 재교육을 통하여 통증을 줄인 것이다. 통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운동을 해야 좋아지는지 궁금해한다. 어느 병원이 치료를 잘해주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좋아지는지 항상 주변에 물어보곤 한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걸어 다니고 있는데 보행에 대해선 왜 접근을 하지 않는지가 문제이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또는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갈 때 계속해서 불안정한 걸음이 지속된다면 몸에 화를 요구하기 힘들다.
우리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싶기에 운동을 한다. 더불어 체형교정운동은 불편함을 느끼고 통증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찾게 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걸어왔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걸음걸이를 고치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걸었기 때문에 지금 당신의 몸이 아픈 것이다.
이제 와서 무슨 걸음걸이를 바꾸냐며 안 된다고 하던 분은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던 50대 여성이었다. 그분은 발바닥 통증이 신발 때문이라 생각해 쿠션이 좋은 신발을 찾아 구매한 상태였다. 신발을 바꾼 뒤 통증은 조금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고, 다시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가보니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고 염증이 있는 것 같다며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약을 먹고 발바닥에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무릎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분은 다시 체형센터를 찾아왔고 그제야 보행 연습에 관심을 기울였다. 보행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관심이 없다. 익숙하게 걷는 내 걸음걸이가 신체통증의 원인일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행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올바른 체형을 위한 지름길을 두고 어려운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과 동일하다.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보행이다. 올바른 보행으로 운동이 되는 것은 물론이며, 모든 신체 질환에 치료적인 요소로도 작용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몸을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올바른 보행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면 당신에게 보행을 가르쳐줄 최고의 선생님은 바로 전신거울이다.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문제점을 바로 찾지는 못할 것이다. 전체적인 모습이 아닌 발의 모양과 무릎, 골반을 각각 나누어서 관찰한다면 조금씩 나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번에 올린 <보행(1) 난 어떻게 걷고 있을까?> 편을 다시 보고 자기 걸음을 관찰한다면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