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만 32개월에 기저귀를 완전히 뗐다. 18개월 되던 무렵부터 국지적으로 조금씩 기저귀를 떼게 하려는 시도를 한 적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아이를 관찰해보니 기저귀를 뗄 마음의 준비와 몸(근육)의 준비가 둘 다 안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18개월에 기저귀를 뗐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 있었지만 조급하지 않았던 것은, 그 아이들은 그 아이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고, 준이는 준이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빨리 떼는 아이들은 위에 형제가 있어서 따라하게 되는 경우, 기저귀 차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덥거나 습해서), 근육 조절이 빠른 경우, 어려서부터 혼자 구석에 가서 앉아서 응가를 하는 습관이 있는 경우들로 압축해볼 수 있다. 준이의 경우 기저귀 차는 것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고, 근육 조절이 느린 편이었으며, 결정적으로 응가를 서서 하는 버릇이 있었다. 서서 응가를 하던 아이가 앉아서 응가를 해야 하니 아이 입장에서는 혁명과 같은 변화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쉬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지리듯이 하는 편의 아이들은 기저귀를 떼기 쉽지 않다. 쉬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근육조절력인 것이다.
기저귀를 유난히 빨리 떼는 아이들의 큰 특징은 아이 본인이 기저귀를 떼려는 의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약간의 도움만 주는 것이다. 평상시에 기저귀를 자주 벗으려는 행동을 한다던지, 기저귀 발진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경우 기저귀를 하기 싫어해서 대소변을 빨리 가리는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만 36개월 정도가 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기저귀 떼기에 성공한다. 이 때쯤 되면 근육 조절 능력도 어느정도 완숙하기 때문에 본인이 의사가 없더라도 엄마의 훈련을 통해 성공을 거두게 된다. 기저귀 떼기가 끝나면 아이는 비로소 아기를 졸업하고 어린이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야말로 만세를 부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만 36개월이 되면 먹는 것도 거의 어른과 비슷하게 먹게 되기 때문에 유아식을 따로 싸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기저귀 가방과도 안녕을 할 수 있게 되고, 떼쓰고 짜증내던 아기식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과 같이 말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만 36개월이 되면 가장 좋은 것이, 학습능력이 자라나 기본적인 교육과 가르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예의 범절, 규칙, 습관 등을 이때 잡으면 좀 더 수월하다.
인지능력 또한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해서 책으로 다양한 지식을 접하게 해주면 이를 기억한다. 책에서 본 단편적인 지식들을 서로 연계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고 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6세부터 가능해진다. 이 시기에는 지식들이 단편적으로 머리 속에 존재하게 된다.
모국어의 구사능력이 어느정도 완성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외국어 교육을 슬슬 시작해도 좋은 시기가 바로 세돌 이후다. 말이 빨라서 두돌 무렵에 모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아이들은 외국어 교육을 조금 일찍 시작해도 좋다. 외국어 교육은 ‘듣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수순인데, 아이의 모국어 구사능력이 어느정도 완성도를 보일 때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듣기와 책읽기로 1년 정도 꾸준히 인풋(input)을 해주면 외국어로 말은 트이지 않더라도 외국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시기가 되면 외국어를 들려주었을 때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동요나 게임, 책읽기, 놀이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주면 좋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던 쏙쏙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모입장에서 재미가 나고 신이 난다. 또한 기저귀 갈고 이유식 준비하고, 아이 음식을 따로 만드는 귀찮은 수고가 사라지니 부모의 몸이 편하고 에너지가 남게 된다. 그 여유로운 잉여에너지로 아이 교육에 더 투자를 하게 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면 무엇보다 좋을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는 아이들은 기관생활을 통해 새로운 규칙이나 질서, 지식들을 습득해와서 엄마아빠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가 기관에 가 있는 시간 동안 자유시간을 얻게 된 엄마는 자기개발이나 운동을 하며 생활의 여유를 찾게 되기도 한다. 내 경우엔 준이가 만 36개월이 되었을 때 놀이학교에 5개월간 보냈었는데, 그 시기 동안 프로젝트 일을 맡아서 출퇴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었다. 풀타임은 아니었기에 아이를 데리고 직장에 나가기도 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고, 아이도 충분히 자라있었기 때문에 원생활에 잘 적응해나갔다.
그 일이 끝나고 다시 전업맘이 되었을 때에는 아이를 데리고 엄마표 홈스쿨을 시작했다. 아이가 원에 가 있는 동안 그날 함께 해볼 홈스쿨 준비물을 사러 문구점에도 가고 해외 사이트들을 둘러보며 아이들을 위한 과학실험이나 미술교육에 대한 정보를 구했다. 그래서 준이는 유치원에 입학한 40개월 무렵부터 나와 함께 엄마표 미술, 과학실험, 수학놀이, 만들기 활동, 요리 등을 하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집에서 해나갈 수 있었다. 엄마표 홈스쿨을 계속 해나가다 보니 아이가 그런 활동에 대해 적응을 해서 기다려야 할 때에는 기다릴 줄도 알게 되고, 자신이 참여해야 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학생’의 자세를 초보적으로나마 습득하게 되었다.
한편 준이는 38개월 무렵의 어느 날 갑자기 한글카드에 적힌 단어들을 읽는 듯이 보여서 나에게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고양이’나 ‘개’처럼 자기가 자주 보던 단어 카드들의 글자 한두개쯤은 눈에 익숙해서 외웠겠거니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좀 더 글자를 아는 듯한 느낌이 몇 번 더 들어서 날을 잡고 글자 카드의 뒷면(한글만 적혀 있는 부분)을 보여주며 애한테 하나하나 읽게 했더니 거의 모든 글자 카드의 글자들을 읽어냈다. 한글 교육을 시킨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아빠와 글자카드 놀이를 하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습득한 것이다. 글자 카드 놀이라는 것도 별게 없는 것이, 카드를 죽 늘어놓고 동물카드 많이 모으기 놀이, 식물 카드 많이 모으기 놀이 등을 한 것이 전부다. 어쨌든 ‘카드’라는 것을 놀잇감으로 자주 가지고 놀았던 것 뿐인데, 카드에 그려져 있는 그림과 함께 글자도 함께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만 36개월이 지나면 빠른 아이들은 글자를 스스로 떼기도 하고, 또 다른 영역의 어떤 능력이 일찍 개발되기도 한다. 36개월 미만의 아이들은 특정 영역의 재능이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반면 세돌정도가 지나면 아이가 타고난 재능들의 싹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고, 그림에 소질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운동신경이 남달리 발달한 아이들도 있으며, 말이 빨라서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도 있다. 외국어 습득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렇게 타고난 재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전업맘으로서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아이의 특성을 자주 관찰하다 보면 내 아이의 특성과 재능이 좀 더 쉽게 보인다. 그리고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더 강화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해줄 수 있는 여유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업맘으로서 아이 교육에 좀 더 신경쓸 수 있다는 점은 전업맘만의 강점이자 의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