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와 저는 종종 잠들기 전에 '서로 속마음 얘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의 생활 속에서 제가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항이 있거나, 평상시 아이에게 궁금한 일이 있을 때 잠자기 전 속마음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답을 얻곤 합니다.
"준아 우리 속마음 이야기하는 시간 가지자"
하고 포문을 열고 시작해야 효과가 좋습니다.
속마음 얘기하는 시간을 통해 준이가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이름도 알아낼 수 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 받았던 일, 준이가 라이벌로 여겨 신경쓰고 있는 남자아이의 이름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 무뚝뚝해서 자기 얘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 아이에게 '속마음 얘기하는 시간'만큼은 자기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놓는 시간이 되어줍니다.
저는 평상시처럼 화안키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매를 지 않고 훈육할 일이 생기면 언짢은 표정을 짓거나, 엄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여전히 가 자기에게 화를 낸다고 여기나봅니다. 그래서 어제 밤에는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준아, 준이는 엄마 속마음 중에 궁금한 거 없어?"하고 물으니
"왜 화나는 지 알고 싶어요"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잘 혼나지도 않는 녀석이 이런 말을 할 정도이니, 역시 아이들은 부모가 화내는 상황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야단을 1도 맞기 싫어한다는 뜻이겠지요.
"응. 준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힐 때면 화가 나. 그런데 준이는 엄마가 화내는 게 싫구나?"
"웃는 얼굴이 좋단 말이에요~"
하며 저에게 항상 웃는 얼굴을 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또 평소에 아이는 자기가 실수를 하는 일이 있으면 바로 제 눈치를 보며,
"이건 실수한 거에요~ 일부러 한거 아니에요"
하며 혼나지 않기 위해 미리 선수를 칩니다. 6세가 되고부터 새롭게 시작한 것이 '일부러 한 것이 아니다, 실수였다'며 혼나는 상황을 미리 피해가는 잔머리를 쓴다는 것입니다. 일부러 한 행동은 나쁘지만 실수로 한 행동은 용서를 해줘왔기 때문에 아이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아이는 커갈수록 점점 더 혼나기 싫어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좋게 얘기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6세가 되니 선악판단과 상황분별력이 충분히 생겼기 때문에 언제 자기가 혼날 수 있는지에 대해 머리 속으로 이미 다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내지 않아도 이미 머리 속으로 혼나는 것에 대한 예행연습이 끝나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가상의 벌을 이미 받았으니 더이상 혼내지 말아달라는 아이의 애타는 속마음이 저에게 느껴집니다.
엄마에게 계속 야단을 맞고 크게 혼나버릇 한 아이는 혼나는 것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서 왠만큼 크게 화를내지 않으면 말을 잘 듣지 않게 됩니다. 반면, 평소에 혼을 잘 내지 않고 키운 아이는 사소하게 야단을 맞아도 그것을 크게 받아들이고 두려워합니다. 혼나는 것에 대한 역치가 너무 낮아져서 엄마의 엄한 표정이나 언짢은 말투 하나만으로도 혼났다고 생각하기까지 하지요.
혼나는 것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 있는 아이는 훈육이 매우 수월합니다. 엄하게 얘기하기만 해도 바로 꼬리를 내리고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진실로 엄마와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작고 어린 아이의 마음이라도 우리 어른들의 마음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우리가 잘못하거나 실수한 행동에 대해 상대가 못본 척 해주거나 좋게 얘기해주기를 바라듯이 아이도 부모에 대해서 같은 마음을 갖습니다.
아이는 작고 연약한 존재입니다. 우리보다 목소리도 작고, 몸집도 작고, 돈도 없고, 인생 경험도 없습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스스로 판단해서 구매를 결정할 수도 없고 돈이 없어서 원하는 대로 결제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눈치를 보거나 애원을 해야만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딱하기 그지 없는 신세입니다. 우리는 이런 딱한 입장에 놓인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더 생각해보고, 아이 입장을 존중해주는 훈육을 해나가야 합니다.
조금 머리가 큰 아이들에게는 '설명'과 '설득'의 기법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때로는 이 아이들과 '흥정'을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장난감을 자꾸 사면 왜 안되는 지 설명을 해주어야 하고, 특별한 날이 오면 사줄 것이라고 '설득'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칭찬 스티커를 30개 다 모았을 경우'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이벤트로 사줄 수도 있다고 '흥정'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과 설득, 흥정의 스킬에 잘 길들여진 아이는 역으로 부모에게 자신이 왜 이 장난감이 필요한 지 설명을 하고, 사줄 경우 자신이 착한 아이가 될 것이라고 설득을 하기도 하며, 이것을 사줄 경우 자신이 안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동생에게 줘도 된다는 흥정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하는 대로 그대로 몸 속에 체화를 시키는 것입니다.
좋은 영향은 그대로 아이에게 물듭니다. 아이의 설명과 설득과 흥정을 '그래도 안돼!'하고 깔아뭉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래도 아이의 대화 스킬과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마음 한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합니다. 부모를 상대로 1차적인 사회성이 길러지면 사회에 나가서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고 흥정을 하는 연습을 해나갈 것이 분명하니까요.
오늘도 화안키는 이렇게 진화합니다. 단순히 아이에게 화를 덜내는 활동에서 더 나아가 아이에게 귀중한 대화의 스킬을 전수해주고, 타인과 협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화안키를 시작하시고 아이의 평생에 기억에 남을 민주적인 어린시절을 선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