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19편] 화내지 않고 키운 아이, 실수가 적다

by 스윗제니

아이들은 태어나서 무한히 실수를 반복하며 커나갑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실수를 함으로써 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해나가기도 하며, 실수를 하면서 못했던 동작을 배우고 키워나가기도 합니다. 단순히 주의력이 부족해서 저지르는 실수도 있고, 잘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의 실수들 중에서 아이의 정서와 관련된 실수들의 경우 엄마의 양육태도를 조금 수정함으로서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에게 항상 잔소리를 듣고, 자주 혼나는 아이의 경우 기본정서가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나이가 꽤 됐는데도 물을 자꾸 쏟거나 넘어지고, 음식을 잘 흘리고 옷에 묻히며, 주의력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다양한 실수를 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실수는 아이가 매우 어릴 때에는 아이의 근육발달이 미숙해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실수들이지만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라게 되면 횟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이가 5-6세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10번 중에 9번은 물을 쏟거나 흘리고 식탁 위에 올려놓은 접시를 엎는다면 아이의 기본 정서상태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정서는 stable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과도한 흥분이나 과도한 위축, 불안한 정서가 뒤죽박죽하다면 아이의 주의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인지능력의 발달기회가 줄어듭니다.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질렀을 때에는 얌전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르거나 뭔가를 발견해서 갑자기 큰 행동을 시작하면 십중팔구 아이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물건을 실수로 쳐서 뒤엎습니다. 흔히 밥그릇, 물컵 등이 타겟이 되며 위험한 경우 아이가 다치기도 합니다.

즉, 엄마가 혼을 냈을 때에는 과도하게 위축되어 있다가, 위축된 것이 풀어지면 또 과도한 흥분 상태가 되어 지나치게 까불거리게 될 수도 있고, 이렇게 정서가 큰 폭으로 왔다갔다 할 경우 아이의 기본적인 정서상태가 불안정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항상 진정된 자세로 아이를 대하고 양육태도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아이의 기본적인 정서가 stable하게 유지될 수 있으며, 아이의 행동 역시 안정적인 성향을 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엄마가 극단적으로 화를 내거나 극단적으로 친절하게 구는 등 이랬다저랬다 할 경우 아이는 자신의 기본 정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혼란을 느낍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정서가 stable하게 유지되기 어려우며 주의력이 부족한 행동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준이의 경우 화안키를 시작한 지 몇달 만에 5세 아이가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의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놓여져 있는 물건을 탁 쳐서 넘어뜨리거나 액체류를 질질 흘려서 묻히거나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부딪히는 등의 실수가 거의 사라지고 매사에 주의깊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충분히 주위를 살피고 자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다보니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 앞에 놓인 상황만 생각하거나 앞만 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앞과 뒤, 옆의 상황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시야가 넓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의 생활시야가 넓어지려면 아이의 정서가 무엇보다 안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아이에게 잔소리를 심하게 하는 편입니다. 아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소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이었고, 친구도 아이가 평소에 주눅이 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친구와 아이의 모습을 몇일에 걸쳐 자세히 관찰해보니 아이가 잔소리를 자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눅이 들어서 항상 엄마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는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기 보다, 자신의 행동을 엄마의 기준에 맞추는데 급급할 뿐이었습니다. 엄마가 아무 소리도 안하면 내적 기준 없이 행동하고,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 그제야 외적 기준에 맞춰 행동을 수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주눅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툭하면 실수를 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6세였음에도 불구하고 2-3세 아이들이나 하는 행동실수들을 빈번하게 했습니다. 엄마가 매사에 조심조심 걸으라고 얘기해주지 않으면 여기저기 부딪히곤 했습니다. 아이의 주의력은 현저히 낮아 보였습니다. 아이가 실수를 할 때마다 아이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기 일쑤였고,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 더 소심해져갔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아이를 일단 신뢰해주고, 아이 스스로 자기 행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을 조절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이의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요. 친구는 아이를 도저히 못믿겠다며 자기가 일일이 잔소리 하는 것도 싫지만, 잔소리를 안하고 아이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딱 하루만 그렇게 해보고, 하루가 가능하면 이틀로 늘려보고, 또 가능하면 일주일만 그렇게 해보라고 했습니다. 결국 친구는 제 조언을 받아들였고, 아이에게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처음엔 엄마의 눈치를 보는 듯 하다가 곧 자율성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일단 아이가 몰라보게 밝아졌고, 엄마의 눈치를 보는 버릇이 줄었습니다. 잦은 실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여느 6살짜리들의 행동수준으로 진정되었습니다. 아이의 실수가 줄어들자 엄마가 야단칠 일도 줄어들게 되었고, 그로인해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높아진 자존감으로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끌고 칭찬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성장시켜나갔고 엄마는 아이를 야단치기 보다 칭찬을 더 많이 해주게 되었습니다.


소위 야단을 자주 맞는 아이는 어른에 대한 좋은 경험이 부족하여 어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치가 낮다고 합니다. 어른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좋지 못하니 어른과 함께 있는 시간을 괴롭게 느끼며,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나 키즈카페에 집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부정적 정서는 주의력 결핍이나 인지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지지를 많이 받고 어른으로부터 신뢰를 많이 받아온 아이는 탄탄한 자존감과 긍정적 정서를 바탕으로 주위를 살피는 능력이 발달하고 인지능력이 계발됩니다. 어른이 미리 저지하지 않아도 차도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다거나 위험해보이는 물건을 만지기 전에 어른의 허락을 구하는 행동들이 가능해집니다.

아이를 신뢰해주고 긍정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해주세요. 야단을 치기보다 너를 믿는다는 표현으로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어루만져 주세요. 잔소리를 하기보다 신뢰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봐주세요. 아이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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