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황제(小皇帝)
0.84명.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바로 최근 2020년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한 출산율 소수점 자릿수 국가가 되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원인은 출산 연령 상승, 부동산 가격 폭등, 개인주의의 심화 등 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서로 맞물려서 초래되는 것을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출산 사회현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서구권을 포함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소황제(小皇帝 [xiǎohuángdì])라는 말은 말 그대로 어린 황제 즉, 1979년 이후 시작된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에 의해 태어난 독생자층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왜 황제라고 하는 걸까요? 이는 산아제한으로 인해서 오로지 한 명의 자식을 낳아, 그 부모와 조부모 등 모든 가족들의 자본 투자와 애정이 한 곳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이기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생겨난 하나의 심각한 사회현상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공동체 정신을 기를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있고, 최근 해당 정책의 폐지로 이 문제는 해소될 거라는 전망이 큽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80년대생 소황제가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자식은 한 명인데 부양해야 할 부모와 조부모, 심지어는 친척들까지 부양해야 하는 현실들이 현재 중국에서는 상당한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MZ세대, 중국에서는 80년대생(八零后), 90년대생(九零后)이라 불리는 사회계층은 정말이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큰 난관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취업률은 사상 최악, 그 마저도 계약직 취직이 대부분이며 기업들은 점점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모든 청년들은 학사 졸업장이 있고, 토익 800점 이상, 한국사 능력 자격증, 포토샵도 할 줄 알고 빅데이터도 다루는 심지어는 운전면허 1종까지 적어서 구직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직자들이 말이죠.
이런 구직자들은 스스로 독립할 수가 없어서 부모의 지원하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명 '啃老族캥거루족'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캥거루족이라는 단어는 제가 중학교 때부터 배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럼 그때의 캥거루족들은 아직도 주머니에서 살고 있을까요?
아니요, 이제는 부모 캥거루가 자식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중국에서는 "鹰还巢 [yīnghuáncháo]" 혹은 "粘小 [zhānxiǎo]"라는 새로운 단어들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鹰还巢"는 '둥지로 돌아온 매'를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독립한 자식을 매, 부모를 둥지로 표현하곤 합니다. 따라서 매가 둥지로 돌아왔다는 것은 독립한 자식이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는 말입니다. 이는 중년의 홀로 사는 부모들이 현재 독립한 자식들이 다시 돌아오길 원하는 마음에서 생겨난 신조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의존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는 젊은 자식들에게 어쩌면 부담을 준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괜스레 마음이 짠해집니다.
다음은, "粘小"입니다. 말 그대로, '작은 것에 달라붙다'라는 뜻인데요, 뭔가 어감이 좋지 않습니다.
사실 이 두 신조어 모두 부모가 정서적으로 불안하여 자식을 곁에 두고 싶은 것과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싶을 때 모두 포함하여 쓰이는 단어입니다.
이 말들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그 경위를 살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 '위탁부모'들의 증가
근래에 중국 인터넷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의 고민들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 부모님이 제가 졸업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구직하길 원하네요. 전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데... 집은 이미 다 마련했다고 하시고, 심지어는 선자리까지 준비하셨다니, 전 정말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제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전 세계 모든 부모님들은 역시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요새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쏟아붓고, 자식의 인생을 대신해서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고 싶은 부모들을 '위탁부모'라고 합니다. 이렇게 모든 시간과 돈을 자식 만을 위해 전부 투자하여 자신의 생활이 전혀 없는 것이죠. 마땅히 스스로의 삶을 살면서 자식의 미래를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역 의존'을 초래한 독자 현상
캥거루족 현상에서 粘小 현상까지, 모두 중국의 현대 가족 구성원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은 80년대 이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 자녀들은 불혹의 나이가 되었고, 그 부모들은 환갑을 지난 세대가 되겠습니다.
이 40대의 자녀들은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점점 나이 드시는데 내 자식은 아직도 어리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의 첫 번째 독자녀들의 부양 위기가 현실이 되어가는 것이죠. 혹자는 합니다. 현대의 외동자식은 아파서도 안되고, 가난해서도 안되고, 멀리 시집/장가가서도 안된다. 그 이유는 부모님에게는 오로지 나만 있고, 내가 이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이런 중국의 전형적인 독자녀 가족의 구성은 4-2-1 형태를 띱니다. 양가 독자녀가 만나서 각 집의 양가 부모들을 모시고 한 명의 자식을 두는 모습입니다. 마치 피라미드가 거꾸로 된 모양이네요. 이럴 경우 중간에 위치한 부부의 입장이 참으로 난감합니다. 이런 가족 구성원 형태에서 부모의 자식에 대한 '부모와 자식의 일체화'심리는 더욱 심해집니다. 혹여나 자식이 자신들을 보살피지 않으면 어떠한 경제적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일도 하랴 부양하랴 자기 자식도 키우랴 피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이상현상에 대한 사회체제 마련이 미성숙하기에 양 세대의 심리적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양로 사회화'를 통한 현상 완화
점점 더 많은 4-2-1의 거꾸로 된 피라미드식 가족 구성원들은 부모가 퇴직을 하면서 그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에서는 사회의 부양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금년도 양회에서 한 대표자가 '20일의 간병휴가'를 제안하여 뜨거운 언쟁이 오가곤 했습니다.
중국의 사회학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에서 10년 후 대부분의 노양 병원 환자의 자식들은 독자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이는 전 세계적일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공공의료 관점에서 노인의료체제를 강화하고 실버타운과 같이 노인 집단관리 복지를 대폭 증가, 더불어 자식들의 부양 고민 개선시키는 것이 급선무로 보입니다.
최근에 저도 한 뉴스를 봤는데 굉장히 암울했습니다. 부모들이 자식의 학업비, 결혼 자금 등을 지원하느라 퇴직금을 다 써서 정작 자신의 말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자식을 바라볼 텐데, 자식들이 그만한 돈이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자식의 삶을 어느 정도 냉철하게 분리하고 그들의 지지자로서 역할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자식들도 자식으로서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의 남은 인생을 행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님께 전화 한번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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