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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쩐시 Jul 13. 2021

쿠팡과 디디추싱이 손잡고 미국간 이유

국제화 이론을 통해 배우는 플랫폼 기업의 해외투자 사례


중국판 우버라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최근 뉴욕증시(NYSE:DIDI) 상장 사건으로 중국과 미국이 굉장히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1일 새벽, 중국 디디추싱은 680억 달러 가치의 IPO를 뉴욕증시에 정부 보고 없이 최종 상장합니다. 그리고 7월 9일 중국정부는 디디추싱 산하 25개 어플에 대한 온라인 다운로드 중지 명령을 내리고, 공시가는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7월 2일 중국 사이버행정부에 올라온 '디디추싱' 의 사이버보안위반  심사에 대한 공고문
웨이보에 올라온 '디디추싱'의 공식 사과문, 내용은 정보보안에 대한 미숙함을 깊이 반성한다고 쓰여 있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디디추싱과 같은 사용자 이용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이런 개인정보 문제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미국 상장 전에 반복해서 중국 사이버행정부(CAC)에 검사를 맡고, 완전히 처리가 된 후에나 상장을 했어야 했는데, 디디추싱이 투자자들의 압박에 못이겨 뉴욕증시에 도둑(?)상장을 한 것이 중국정부의 분노를 산 주요 원인이라 밝혔습니다.


이른바 중국의 플랫폼 기업 미국행 차단이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도 그 동안 모은 중국의 지리 데이터와 개인정보로 돈을 벌고 미국으로 도망간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번 디디추싱 사건 뿐만 아니라, 그동안 비슷한 분야의 많은 중국의 IT기업들은 미국 상장을 시도해왔습니다. 트럭기사와 화주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满帮(Full Truck Alliance, NYSE:YMM), 한국의 사람인과 같은 구직 플렛폼인 Boss直聘(Kanzhun Ltd., NASDAQ:BZ) 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 모두가 이번 한달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가 중국 CAC의 인터넷 안전 개정법(网络安全审查)에의해 제재를 받게 되었습니다. 주가는 회복할 기미가 안보이며, 미국내에서도 이들의 투자에 심사숙고하라는 의견이 다분합니다.


왜 인지 기시감이 드는 사건입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에 게양된 쿠팡 로고, '유통시장의 미래'라고 적혀있다

우리나라의 쿠팡(NYSE: CPNG)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당연히 디디추싱 만큼은 아니지만 뉴욕증시 상장 당시 유사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돈은 국내에서 벌고 투자 기회는 미국에게만 주는 소위말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또 일어났다고 말이죠. 더불어, 김범석 쿠팡 의장의 이천 물류센터 화재 책임회피, 노동자 과로사 사태 등으로 계속해서 기업 평판은 조금씩 하락하는 문제와 마주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월가의 뉴스를 통해 계속 확인 해봐야겠습니다.


자, 그럼 앞서 말한 디디추싱과 쿠팡의 상장 이후 논란들을 재쳐두고, 왜 이들은 애초에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를 택한 걸까요? 그들에게 국내 시장은 너무나 작았던 것일까요?


기업 국제화 이론을 통해 이들의 '아메리칸 드림'의 원인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업이 왜 국제화 전략을 펼치는지에 대한 이론은 시대에 따라 크게 전통적 이론과 신생 이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통적 이론은 대표적으로 '내부화 이론, 절충 이론, 과점에 대한 반응 이론'이 있습니다.


내부화 이론(Internalization Theory (Hymer, 1960/1976; Buckley & Casson, 1976; Caves,1971))

"기업은 그들이 보유한 특정한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해외 시장에서도 자회사를 통해 동일한 이득을 취하고자 한다. 또한 라이센싱과 같은 간접적인 해외 투자가 아닌 해외직접투자(FDI)를 더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해외에서 모기업의 완전한 통제 없이는 현지국(Host Country)의 불완전한 시장으로 인해 최대의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Stephen Hymer, MIT PhD Thesis, 1960


절충 이론(Eclectic Theory of International Production (Dunning, 1977,1980))

"절충 이론은 내부화 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위치선정에 대한 논의를 해결하고 이전의 타 해외투자 이론을 절충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경우에서 발생한다: 기업 소유의 우위(ownership advantages) , 장소 특유의 우위(location-specific advantages), 내부화 우위(internalization advantages) . 이른바 OLI 패러다임(OLI paradigm)이라 칭함.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만족될 때 비로소 기업은 해외직접투자를 통한 현지생산을 추진한다."

Eclectic Theory of International Production (Dunning, 1977,1980

절충 이론이 내부화 이론을 포함하기 때문에, 전통적 관점에서는 절충 이론을 기반으로 쿠팡과 디디추싱의 미국 투자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 기업 소유의 우위(ownership advantages) : 기업은 현지국(Host Country)보다 기술, 지적자산 또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우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한다.


먼저, 기업 소유의 우위입니다. 쿠팡과 디디추싱 모두 자국 내 유통산업 및 IT플렛폼에서 1위를 하는 우량 기업입니다. 그 말은 즉 보유 고객 데이터가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쿠팡의 경우 작년 기준 약 1480만명의 활성 고객을 보유, 코로나19 이후에는 최대 약점이었던 영업손실 을 1억 1610만 달러 만큼 감소했고 신규 고객의 유입 증가는 물론 기존 고객들의 매출 상승이 이어지니 이 미래성을 미국 중시에서 높이 산 것입니다.


디디추싱의 경우는 어떨 까요? 중국에서의 운수 플랫폼 산업의 이용자는 약 5억명을 웃돌며 1위인 디디추싱의 경우 2020년 10월 기준 약 7775만명의 활성 고객을 가진 1위 기업입니다. 2위 역시 디디추싱의 자회사인 화소저(花小猪打车)로 약 2000만명의 활성 고객을 보유했습니다.


이용자의 사용 데이터로 산출될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이 두 기업 모두 플랫폼 산업에서의 엄청난 자산 우위를 보유했습니다.


2. 장소 특유의 우위(location-specific advantages): 기업은 현지국에서의 생산이 관세, 인건비, 물류비, 원자재 확보 등 자국에서의 생산보다 이점이 있다고 생각될 때 투자한다.


두 번째는 장소 특유에서의 우위입니다. 사실 쿠팡과 디디추싱 모두 IT기술을 기반으로하는 모바일 플렛폼 사업입니다. 따라서 기존 전통적 국제화 이론이 강조하는 현지국(Host Country)에서의 물리적인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해외투자를 결정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이 요소로 현지국의 정책적이나 경제적 이점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 다음의 내부화 우위와의 경계가 모호해져, 플랫폼 기업에게 현지국의 장소 특유 우위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3. 내부화 우위(internalization advantages): 기업은 해외 진출 시 현지국의 타기업과의 거래비용 보다 현지국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기술 보안, 품질 유지, 정부규제 회피 등의 이점이 있다고 판단될 때 투자한다.


쿠팡과 디디추싱 모두 국내에서 그리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쿠팡의 경우, 매번 엄청난 액수의 영업손실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유통 산업의 특성상 물류 센터의 증축의 투자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이 손실이 국내에선 투자로 인정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다행히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여 3조원이라는 자본을 얻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 6년동안 쿠팡의 적자실적에 대한 국내의 회의적인 여론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아마 이 때의 경험이 쿠팡으로 하여금 좀 더 튼튼한 동아줄을 갈망하게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디추싱도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근 3년동안 약 353억위엔(한화 6조원)의 영업손실은 물론이고 조건이 좋지 않으니 중국내 어떤 곳에서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당장 국내의 과포화된 운수플랫폼사업에서 이미 1위였던 그들은 국내시장에서의 한계를 느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2017년 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디디추싱 미국 데이터 연구소(滴滴美国研究院)'를 운영하며 빅데이터 안전성과 AI운행에 투자해왔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금화와 같은 엄청난 가치의 이용자 데이터와 중국의 지리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니 그 가치를 높게 산 것입니다.



과점에 대한 반응 이론(Oligopolistic Reaction (Knickerbocker, 1973))

" 과점 산업에서, 어느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혹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경쟁 기업으로 하여금 또 다른 해외직접투자를 이끌어 낸다. 즉, 기업은 시장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반응'으로써 경영의 국제화를 결정한다.


 또 다른 전통 이론을 통해, 이들의 공통점인 국내 시장의 과포화 상태로 미국 진출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점에 대한 반응 이론으로 살펴봅시다.


앞서말했듯, 쿠팡의 유통플랫폼 산업과 디디추싱의 운송플랫폼 산업 모두 몇몇 기업들이 그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치열한 춘추전국시대(春秋战国时期) 입니다.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기에는 그 장벽이 너무나 높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 뻔합니다.


한국 국내 유통시장을 먼저 보겠습니다. 요 몇년동안 외국의 거대 유통 기업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1위 유통기업인 아마존이 SK그룹과 손잡고 한국에 들어와 직구시장을 점령한다고 합니다. 또 옆집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기존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하여 힘을 집중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업에서 돈을 끌어올 수도, 국내 투자를 받을 여력도 안되는 쿠팡이 바라볼 곳은 단 한 곳 뿐이였습니다. 미국입니다.


디디추싱과 우버의 국제화 시장 점령 지도(source by renmin university in beijing)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 이전에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계속해서 해외시장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그 출발점이 되었던 것이 2014년 중국  국내에 우버(Uber)가 진출했던 것이 작은 공을 쏘아올린 것이였죠. 불안감을 느낀 디디추싱은 2015년 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운수산업에 투자하게 됩니다. 미국의 Lyft, 인도의  Ola, 동남아의 Grab, 유럽의 Taxify, 중동 및 아프리카의 Careem 등 살 수 있는 것은 다 샀습니다. 디디추싱의 CEO인 청웨이(程维)가 말하길 " 우버는 마치 문어처럼 많은 발을 뻣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로 덤빈다면 절대 이기지 못할 겁니다. 우버는 다른 시장에서 벌어온 돈으로 계속해서 국내시장에서 끝나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침내 디디추싱은 중국 내에서 엄청난 출혈경쟁을 하다가 결국 2년만인 2018년 기업가치 약 350억 달러(한화 39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내며 우버 차이나를 인수하게 됩니다. 자국 시장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국제화를 한 뭔가 아이러니한 사건입니다.



반면, 신생 이론은 기존의 전통 이론 속 선진국들의 해외투자가 아닌 '신흥국들의 해외투자'의 관점에서 FDI 결정을 설명합니다.


Source: Luo, Y., & Tung, R. L. (2018). A general theory of springboard MNEs)

스프링보드 이론(Springboard Perspective of Emerging Market MNCs (Luo & Tung, 2007, 2017))

" 신흥국(Emerging Market, EM)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 MNC) 은 외부 투자를 발판(Springboard)삼아 자본 부족의 한계를 돌파(leap)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비로소 선진국의 거대 기업들과 겨룰 수 있게되며 또 자국의 규제 및 시장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후! 드디어 현대 플랫폼 기업의 해외투자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스프링보드 이론입니다.

앞서 전통 이론들이 좀 길었지만 조금만 더 참고 전통 이론과 다른 새로운 해외투자 이론을 가지고 두 기업의 미국 진출을 분석해봅시다.


앞에서의 전통 이론들의 전제조건은 당시 선진국(미국, 유럽, 일본 등)들이 개도국에 투자하는 상황입니다. 다시말해 기존 선진국들의 전통 제조산업에 초점을 맞춰서 풀이한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시작한 쿠팡과 디디추싱이 미국의 아마존과 우버에 비해 높은 기술력을 가질까요? 아닙니다. 그러면 서비스 품질과 기업문화의 성숙도가 더 높을까요? 이것도 아닙니다. 그렇 이렇게 증가하는 신흥국들의 중소 플랫폼 기업은 왜 미국으로 가는 걸 까요?


신흥국과 스프링보드

바로 외부 투자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이들은 기업이 소유한 세계 수준의 우위도 없고, 미국으로 간다고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현지국의 경쟁 기업들을 무찌를 그들만의 강력한 무기도 없습니다. 쿠팡과 디디추싱은 그저 성장을 위한 '발판(Springboard)'으로써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투자받은 자본금을 이용해 '퀀텀점프(Quantum Jump)'하는 것이 주 목표입니다. 국내에서는 받지 못하는 투자금을 미국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간 것입니다. 너무나 간단명료한 답변이라 허무한 느낌이 드신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플랫폼 기업은 투자 받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끌어올 자본이 없는 쿠팡과 디디추싱의 경우 더욱 뉴욕 증시 상장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이들이 상장한 뉴욕증시(NYSE)는 당장의 이익손실 보다는 기업이 가지는 미래의 가치와 이 플랫폼 산업의 가치를 크게 사서 한국과 중국에 상장하는 것 보다 더 높은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쿠팡의 경우 과거 손정의 회장이 한화 3조원을 투자한 것에 비해 뉴욕 증시 상장에 경우 그 7배에 해당하는 190억 달러(한화 21조 원)을 조달하게 되었으니 굉장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디디추싱의 경우, 6월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 상장 첫날 약 680억 달러(한화 약 70조)의 투자금을 확보했고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 달러 IPO이후 최대의 중국계 기업의 미국 상장이라고 하니 급하게 정부 보고 없이 상장한 것이 어느정도 수긍이 되는 군요. 기존 중국 내 손실이 막대했기 때문에 홍콩증시(港股)나 중국 본토 증시(A股)상장 조건에 미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어느정도 디디추싱의 마음 급한 뉴욕증시 상장을 옹호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너무 성급했던 바보같은 처치라는 의견이 다분합니다. 눈앞의 마시멜로우를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Source: nyse

이 두 기업이 미국행을 한 것과 관련하여 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경영권 문제라던지 자국 내 불안정한 정책 등과 같이 기업의 해외투자는 단 한가지 측면으로 혹은 단 한가지 이론으로 설명 될 수 없습니다.


쿠팡의 미국 투자는 현재로서는 굉장히 성공적이며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엄청난 외국자본을 받고있어 앞으로 그 뒤를 잇는 스타트업들의 이정표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예지만, 디디추싱과 같이 중국의 IT기업 미국행 제재와 같이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어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자신의 사업을 해외로 확장한다는 것은 문화적, 정책적, 기업운영의 방면에서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때 결정해야 합니다. 모쪼록 이 두 기업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https://brunch.co.kr/@sjh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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