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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놀이터 Aug 28. 2015

아이와 제주여행 전날

특별한 날을 준비하기라도 한 듯 평소와 다르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가 내 품에 쏙 들어온다.

내 뱃속에 있었던 그 자세로 파고든다.

나 또한 꼭 안아준다.

지금이라도 마음이 바뀌면 같이 갈 의사가 있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의 눈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럴까? 갈까? 가지 뭐'

이미 얼굴에는 장난끼가 있다.

아이는 나의 여행이 좋은 가보다.

아이도 원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

나와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우린 너무 많이 원하고 있었다.

'그냥 다녀와!'

'가고 싶어 했잖아. 혼자'

'그동안 나도 잘 있을게'

아이 말이 의젓해 보이다가도 한편으론 내가 그렇게 상원이를 못 살게 굴었나? 싶어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상원아, 엄만 많이 두렵다.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거든.

상원이 없이 엄마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많이 설레고 두렵네.'

아이는 괜찮을 거라며 그닥 심각하게 신경 쓰지 않은 말투로 날 위로하고 꼭 안아준다.

2013년 2월 그날, 남편 없이 상원이와 첫 여행을 준비하던 그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잠 못 이루던 그날이 생각났다.

그때처럼 나는 잘 해낼 것이고,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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