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상원이와 한라산을 종주했었다.
총 9시간 반.
내 관절은 5시간이 넘어서면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웠다.
수건을 관절에 묶고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처음 경험하는 나의 나이 듦이었다.
그리고 상원이에게 말했었다.
'한라산 종주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렇게 말한 내가 둘째 날 목적지로 한라산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한라산의 여러 코스 중에 영실코스는 왕복 3~4시간 정도이고 풍경이 멋져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그 코스를 좋아한다는 예전 택시기사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어제 트레킹이 힘들었는지 아침부터 눈이 퉁퉁부어 있었다.
이른 아침을 먹고 한라산 영실매표소로 출발했다.
차가 있다는 것이 이렇듯 나에게 자유를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라산 구불구불 길을 운전하며 가는 내내 내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행복했다.
영실매표소를 지나 2km를 더 달리다 보니 주차장 하나가 나왔다.
그곳이 출발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져간 등산화로 바꿔 신고 모자를 쓰고 물을 챙기고 사진기가 있는 배낭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함께 가는 이는 없었지만 어젯길을 걸어서인지 두려움은 없었다.
길 또한 친절했다.
중간 정도에 도착하니 영실기암이 나타났다.
하!
바위가 있는 산! 그 웅장함이란...
예전에 한라산을 와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왜 제주에 오면 한라산의 영실코스를 꼭 가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매일매일 올라와도 새로울 것 같고, 그 큰 모습에 나의 가슴도 확 트일 것만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았다.
결국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눌러댔지만 사람 없는 산을 찍는 것은 나에게 어렵기만 했다.
사람이 있는 사진은 그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풍경은 나에게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 같기만 했다.
그래서 풍경사진은 늘 찍고 지우 고를 반복하다 결국 1~2장 정도만 남긴다.
난 절경을 만나면 사람을 찾는다.
아이가 1번이다.
아이가 있는 풍경은 줄거리가 없어도 된다.
그 자체가 선물이 된다.
아이도 여러 모습이다.
홀로 씩씩하게 걷는 아이, 엄마 손을 잡고 걷는 아이, 풍경을 바라보는 아이 등.
그 아이가 있어 풍경이 더 정겹고 가깝게 느껴진다.
영실기암을 넘어서니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풍경이 나타났다.
울컥했다.
소리 내어 꺽꺽 울고 싶어 졌다.
누가 봐도 아무 상관없었다.
왜 이런 멋진 광경을 보면서 그러고 싶어 졌는지.
아마도 소리 없이 그 자리에서 큰 모습으로 서있는 산에 내가 위로받고 있었나 보다.
울진 않았다.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동안의 내 삶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이내 어금니를 물고 난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요'
삶에 대한 위로는 말없이 풍경자체로 가능했다.
한라산을 내려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태풍이 온다고 했는데 정말 오려나?
다음 일정을 포기한 채 호텔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간간이 내렸던 비가 그쳤다.
지금 아니면 못 볼 것 같아 다시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왔다.
먼저 찾은 곳은 '주상절리'.
다시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태풍의 영향인지 파도의 강함이 매력적이었다.
파도가 만들어낸 거품들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들, 풍경들이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늘 나의 심장이 이렇듯 강하게 뛰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