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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독서는 나를 집어삼킨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 75(#227)

by 별빛소정
자신을 빨아들이는 행위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독서다.
- 니체

단순히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따라가는 독서는 읽었다는 사실만 남을 뿐, 나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니체가 말하는 진정한 독서는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책 속의 사유와 문장이 나를 붙잡아, 내가 가진 세계를 송두리째 흡수해 버리는 경험입니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집어삼키는 순간을 뜻합니다.


그때 책은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이전의 나는 사라지고, 책 속의 사유가 나를 새롭게 빚어 놓습니다.


정보를 얻고, 줄거리를 이해하고, 누군가의 생각을 아는 정도의 독서는 나를 변하게 하지 못합니다. 니체가 요구하는 독서는 훨씬 더 잔혹합니다. 책 속에 나를 내어주고, 나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부서지는 경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시 발견하는 것,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진정한 독서입니다.


김종원 작가는 외출할 때마다 껌처럼 온종일 곱씹을 한 줄의 글을 지니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 한 줄 덕분에 풍경은 더 아름다워지고, 사람은 더 근사해지며, 사소한 사물조차 빛을 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가슴에 품은 문장이 일상 속에서 삶을 새롭게 해석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일 니체의 문장을 필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떤 날은 한 줄의 글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채우게 하고 머릿속을 개선하게도 합니다. 나의 수준을 더 높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고 어떤 날에는 고난조차 선물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온전히 나를 집어삼키는 독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문장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나를 돌아보려 합니다. 가끔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가 나의 하루를 바꿔놓기도 합니다.


진정한 독서는 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나의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들이 모여 나의 삶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 일상이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농밀하고 근사한 하루를 원한다면
온종일 곱씹을 한 줄의 글을 가슴에 품어라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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