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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실수, 인간의 반복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필사 87(#239)

by 별빛소정
여자를 만든 것이 신의 두 번째 실수였다.
- 니체


니체의 문장은 난해합니다. 그의 말속에는 신에 대한 조롱과 인간에 대한 회의가 함께 담겨있습니다. 신의 가장 큰 실수는 아마도 인간을 만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신은 인간에게 이성을 주었습니다. 인간은 그 이성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파괴하며 전쟁을 벌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면서 그것을 발전이라 믿었습니다. 신이 있다면 자신이 만든 존재를 바라보며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매일 크고 작은 실수를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일상의 선택에도 실수를 저지릅니다. 다툰 뒤 후회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하고도 며칠 못 가 무너집니다. ‘이번만은 다를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다음에도 우리는 같은 길을 걷습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더 어려운 일은 실수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실수를 잊는 순간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직장에서 실수를 한 사람은 기록으로 남겨야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서 상처받은 사람은 이유를 직면해야 다음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책 속에서도 지난 실수를 기억해야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성장의 연료입니다.


실수는 인간을 무너뜨리지 않습니다. 실수를 잊는 것이 인간을 무너뜨립니다. 실수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인간이 신에게서 물려받은 지혜이며,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저 먹고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라.
당신의 실수를 기억하며 더 나은 자신이 되어라.
- 김종원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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