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없어서 내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조금만 살펴봐도 그 사람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 괴테
괴테가 남긴 이 문장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본질을 관통합니다. 우리는 흔히 나에게 이득을 줄 사람, 혹은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에게는 정성을 다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힘없는 타인'을 대할 때 우리의 본모습이 흘러나옵니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회사 상사 앞에서는 온화한 미소를 짓던 사람이, 식당 종업원이 작은 실수를 하자마자 차갑게 몰아세웁니다. 아파트 경비원분께 인사를 건네기는커녕 마치 투명 인간 취급하며 지나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힘이 없는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인격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수많은 사진 중 전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2009년, 백악관 복도를 지나던 오바마 대통령이 청소부 로렌스 립스컴과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주먹 인사(Fist Bump)'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에게 아무런 정치적 이득을 줄 수 없는 청소 노동자를 자신과 대등한 '동료'로 예우한 것입니다. 오바마에게 '수준'이란 권위의 높이가 아니라, 상대가 누구든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공감의 깊이였습니다.
진정한 품격은 화려한 명함이나 높은 연봉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리고 나에게 아무런 보상을 해줄 수 없는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마트의 계산원, 택배 기사님, 혹은 길을 묻는 낯선 노인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나요? 우리의 승진을 결정할 수도 없고, 큰 부를 안겨줄 수도 없지만 그들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사람의 진짜 '수준'을 결정짓는 척도가 됩니다.
괴테가 말한 '수준'이란 지능이나 지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의 존재를 그 자체로 존중할 줄 아는 '공감의 깊이'입니다. 내게 이득이 되지 않아도 기꺼이 예의를 갖추는 마음, 약자의 서툰 발걸음을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야말로 우리가 평생을 걸쳐 닦아야 할 태도입니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접을 받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대접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이들을 먼저 존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인격은 오늘 당신이 대했던 가장 낮은 곳의 사람으로부터 증명됩니다.
마음이 깊어지면 글을 쓰게 된다.
사랑이라면 그 온도가 얼마나 뜨거운지 글로 써서 전하지 않을 수 없고,
진심이라면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자신의 마음을 쓰게 된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