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끄고 내 안의 소리를 듣다

by 별빛소정
나는 학식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진리를 찾는 사람이었으며,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이제는 진리를 별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으며 찾지 않는다. 내 몸속에서 소리 내는 피가 전해주는 가르침을 듣기 시작했으니까.
- 헤르만 헤세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지식은 진정한 삶의 진리가 아닙니다. 일상에서 부딪치고 타인들과 살아내며 삶에서 실천해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진리입니다. 별처럼 높은 곳에 있는 이상이나 관념을 찾으면 결국 허무하게 끝날뿐입니다. 책 속에 있는 진리는 타인이 정해놓은 지식과 규범입니다. 책에 있는 문장이 삶으로 흘러나와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진리가 될 수 있습니다.


헤세의 문장이 저에게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저 또한 긴 시간 진리를 찾아 헤매던 순례자였습니다. 20대 시절, 숲 속에서 홀로 명상을 하다 눈을 떴을 때 바람과 나무, 돌이 말을 걸어오던 그 신비로운 일체감을 잊지 못합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깨달음을 갈망하며 수많은 영성 서적을 탐독하고 세미나를 전전했습니다. 미국 세도나로 명상 여행을 떠나고, 불교대학에 몸담으며 정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깨달음의 성지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현실은 그대로였습니다. 가족과 부딪치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인간관계에 허덕이는 모습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구름 위의 진리는 지상에서의 고단함을 해결해 주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더 이상 먼 곳을 기웃거리며 진리를 구걸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 여기, 내 곁의 일상에서 깨달음을 찾습니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이전보다 정갈하게 가꿉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따뜻함을 전합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도록 마음을 보탭니다. 내가 존재하기 전보다 이 세상을 단 한 뼘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찾은 살아있는 진리입니다.


진리는 구름 위나 내세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발을 딛고 선 이 땅, 내 곁의 관계 속에 숨 쉬고 있습니다. 삶은 매일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입니다. 거창한 관념에 매몰되어 오늘을 놓치기보다, 내 몸속에서 소리 내는 본질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살겠습니다.


진리는 찾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입니다.



사는 나날은 결국 죽음에 다가가는 나날이다. 다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면 사는 나날이 곧 깨달음의 나날이 될 것이다.
사는 만큼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내 안에서 어떤 소리가 흐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