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코인 지갑 오픈하자"
8년 전 샀던 비트코인
지난 주말, 10년째 만나고 있는 모임의 언니들을 만났다. 8년 전, 그 모임에서 처음 들었던 비트코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언니가 "이거 큰돈 될 테니 한번 사봐"라며 코인을 권유했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약 300만 원. 생소한 개념에 의심이 많았던 나는 이를 뜬구름 잡는 소리로 치부했다. 그러나 그 언니는 "비트코인이 나중에 1억이 될 거야!"라며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당시 7명의 멤버들은 거래소 오픈방법에서 코인 사는 법까지 자세하게 배웠다.
과거의 선택과 결과들
시간이 흘러, 분기마다 모이는 자리에서 종종 코인 이야기가 오갔다. 누구는 코인 투자로 망했다더라. 빚으로 투자하다 코인가격이 오르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바닥칠 때 팔았다더라. 누구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 5천만 원을 호가하는 지금 다시 코인이야기가 활활 타올랐다. 모임에 온 6명의 회원들은 8년 전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코인지갑을 공개하기로 했다.
먼저, 코인을 처음 권유했던 언니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리플이 몇십 원 일 때 2,000만 원을 투자했다. 리플이 1,000원이 되면 10억이 될 거라며 보물을 묻어놓은 심정으로 기다렸다. 몇 년 전, 리플이 1,000원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래소에 들어가 보니 지갑에는 1원도 남아있지 않았다. 해커에게 모든 자산을 털린 것이었다. 당시 거래소가 해킹당해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도둑맞았다. 당시 거래소를 상대로 항의하고 소송도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갑을 털어갔는지 알지 못한다는 답뿐이었다. 당시 거래소의 보안 시스템이 미흡했고, 그녀 또한 코인을 방치했던 탓이었다. 지금 그 리플이 있었다면 34억 원이 되었을 거라며 가슴을 쳤다. 지금은 거래소에도 이중 안전장치가 되어 해킹은 쉽지 않다. 억울한 일을 당하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코인 투자에 열정적이었다. 현재는 리플과 시바이누로 500%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다른 언니도 있었다. 8년 전, 코인거래를 시작하여 이것저것 코인을 사놨다가 지지부진한 가격에 불안해 모두 팔아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자투리로 남아있던 코인 하나가 최근 1,000배 상승해 1,500원이 150만 원이 되어 있었다. 그 언니는 "그때 안 팔았으면 나는 떼부자였을 텐데!"라며 땅을 치며 후회했다. 지난 10월, 주식을 팔아 다시 5,000만 원어치 코인을 샀다.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도지 등 알만한 코인 8종을 골라 투자했고, 현재 400%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또 다른 언니도 8년 전 코인 이야기를 듣고 몇 개의 코인을 구입했다. 최근 들어가 보니 대부분 상장 폐지되어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비트코인만 6.8배 상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투자한 돈이 20만 원밖에 되지 않아 큰 수익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코인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 명은 직접 투자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매달 10만 원씩 2년간 코인을 사게 했다. 그런데 자녀들은 코인이 100% 올랐을 때 모두 팔아버렸다. "100%라도 대단한 거 아닌가?"라며 아쉬워했지만, 자신에게는 큰 횡재운이 없다고 웃어넘겼다.
마지막으로 한 회원은 오늘까지도 코인을 시작하지 않았던 터라, 모임에서 계좌 개설부터 거래소 사용법까지 교육받았다.
나는 어떨까? 처음 코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지 않았고, 비트코인도 사지 않았다. 몇 년 전, 지인의 권유로 상장되지 않은 코인에 몇 천만 원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코인은 결국 상장되지 못했고, 돈만 날렸다. 코인은 여전히 나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언니들은 나를 타박했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면서 코인 책은 안 읽었니? 지금은 코인이 대세야!"라며 책까지 추천해 줬다. 특히 코인을 처음 소개했던 언니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코인을 사서 절대 팔지 말라. 그게 나중에 연금이 될 거야!"라고 조언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모임을 통해 느낀 건 명확했다. 과거에 코인을 샀더라도 관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였다. 경제적 자유를 향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8년 전에는 의심만 하고 멈췄지만, 지금은 더 늦기 전에 작은 발걸음을 떼보려고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떠올리며, 코인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실행해 보려고 한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니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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