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글쓰기 - 06
여름이 온 듯 햇살도 따갑고 바람도 후끈하더니, 밤기운은 여전히 서늘하다. 아파트 사이로 천천히 걸으며 밤하늘을 본다. 도시의 불빛이 별빛을 삼켰다. 도시의 소음이 바람소리도 덮는다.
투둑. 방금 지나쳐온 나뭇가지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온몸의 감각이 오슬오슬 깨어나 어두운 길을 살핀다. 높은 아파트들도 꺾인 가지를 궁금해하며 내려다본다. 두근두근... 그러다 어둠이 부드럽게 나를 다독이며 겁먹은 내 소름을 가라앉힌다. 비로소 내 눈은 나뭇가지를 찾아내고 고요해진 발걸음은 다시 산책을 이어간다.
어릴 적 어둠이 싫었다. 한동안 집안 불을 계속 켜 두다,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 꾸중을 듣기도 했다. 해가 진 뒤엔 마당에 있는 화장실 가는 일도 무서워 배가 아파도 참곤 했다. 어둠은 비밀스러웠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볼 수 없고 알 수 없음이 두려웠나 보다.
지금도 여전히 어둠은 두렵다. 그래도 오랫동안 어둠 속에 있으면 익숙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익숙해지면 두려움이 옅어진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또 걸어갈 수 있다.
사는 것도 매한가지다. 두려움. 어쩌면 맹렬히 맞서 물리치기보다 진득하니 견뎌내 옅어지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하튼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