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글쓰기 - 16
어제는 3학년들과 오늘은 4학년들과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매월 첫째 주, 나무 관찰 수업이다.
지난 3월 첫 산책 때, 공원에서 나와 마음이 통하는 나무를 하나 찾아 이름을 붙여주고 인사를 나눴었다. 아이들은 무척 진지하다. 나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릴 수 없다고 했더니, 심사숙고해 고르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 나무가 싫다고 했다며 이 나무 저 나무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을 한 바퀴 돈다.
일 년간 계속 관찰하여 그림으로 그리는 수업이다. 무엇인가를 관찰하는 일은 참 놀랍다. 스쳐 지날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생각들을 길어 올리게 한다. 가끔 수업이 없는 날도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나무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아이들이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계셔서 이 수업을 계속할 수 있다.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한 달 사이에 부지런히 잎을 키워 나무들이 풍성해졌다.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여리디 여린 맑은 연둣빛 잎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었는데, 4월의 나뭇잎은 빛깔도 짙어졌다. 벚나무처럼 지난달에 이미 꽃을 피웠다가 지금은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나무도 있고, 이제 비로소 잎이 무성해지며 꽃대가 올라오는 나무들도 있다. 그림책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에 나오는 나무들처럼 우리도 꽃이 피고 잎이 물들어야 비로소 어떤 나무인지 알게 된다. 처음엔 그저 키가 큰 나무, 줄기가 굵은 나무, 구석에 혼자 서 있는 나무였지만, 곧 우리는 그 나무의 이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 같아 보여도 그 나무만의 특징을 살펴보는 법을 배우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자라고 또 자라는 모습에서 의연함을 배운다.
나무 그리기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계절의 흐름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4월에 이토록 잎이 무성해지고 빛깔이 짙어지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관찰의 힘이다. 이미 공원에는 봄이 가득하다. 아마도 다음 산책에서는 여름 초입의 공원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림을 그린 후에는 나무에게 편지를 썼다.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내 힘든 생활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쓴 편지는 그대로 시가 된다. 한 달 후에 또 만날 때까지 나도 무럭무럭 자랄 테니, 나무야, 너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 당부한다. 아이들은 천사다. 나무에게, 하늘에게, 바람에게 편지를 쓰고 시를, 노래를 쓰고 부를 수 있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 모두 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