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글쓰기 - 19
<1인칭 관찰자 시점 쓰기 연습 중~>
텃밭에서 콩줄기에 지지대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중2 막내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들뜬 목소리로 아들이 말했다.
"엄마, 어디야?"
"텃밭이지, 왜?"
내가 대답하기 무섭게 아들의 대답이 이어진다.
"응, 언제쯤 오나 하고. 친구들이랑 신시아에 가려고 먼저 점심 먹고 있는데... 신발이랑 슬리퍼랑 바지 사려고요. 점퍼도 사고 싶은데 사면 안돼요? "
내가 듣기에 흥분한 목소리구나 싶어 신발과 슬리퍼만 사고 나머지는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사진만 찍어오라고 했다.
아들은 친구들 모두 산다고 했다며 설명에 열을 올린다. 어린이날 받은 용돈을 몽땅 다 들고나갈 참이었나 보다.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드디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알겠어요."라고 한다. 아들의 목소리가 한옥타브 낮아졌다. 실망한 모양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텃밭에서 돌아와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아들이 문을 쿵 닫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다. 기분이 좋은가보다.
"다녀왔습니다!"
우렁차게 인사를 하더니 바로 방으로 들어간다.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손을 씻는지 물소리가 요란하다. 바삐 움직이는 것 같더니 조금 있다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온다. 바지도 새로 샀나 보다. 처음 보는 바지다. 마치 바지는 사지 말라는 말은 들은 적도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다. 품이 커서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서는 어떠냐고 물어본다. 요즘은 그런 바지가 인기가 좋냐는 내 물음에 아들은 그렇다고 위풍당당하게 대답한다. 마치 패션계의 최신 동향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다는 표정이다.
"신발도 샀는데, 10 사이즈씩 커져서 270을 샀어요. 좀 큰 것도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뭐. 발은 금방 크니까. "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하고 혼자 또 답을 하더니, 벌떡 일어나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또다시 나와 즐거운 목소리로 말한다.
"친구들이랑 같이 옷 사러 간 역사적인 날인데, 아무래도 나 쇼핑 좀 잘하는 것 같아."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한가득이다. 오늘이야말로 막내아들에게는 진정한 어린이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