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디베이트 수업에 쓰려고 어릴 적 불렀던 노래를 검색했다. 아마도 중학생 즈음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아무리 찾아도 음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가 맞는데, 내 기억이 잘못된 걸까? 어라, 그런데 검색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이름이 따라 올라왔다. '윤동주'. 시 제목은 '눈 감고 간다' 그리고 '무얼 먹고 사나'. 아마도 두 시를 섞어서 노랫말을 만들었나 보다.
처음 그 노래를 들었을 때, 태양을 사모하고 별을 사랑한다는 표현이 참 근사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인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역시 아름다운 우리말로 전하는 마음이라 그랬는가 사춘기 내 마음에 콕 박혔었다. 혼자 있을 때도 자주 흥얼거리곤 했다. 구질구질한 현실을 잊고 태양과 우주를 생각하게 하는 거시적 관점이 마음에 들었고 적어도 태양 정도는 사모해야지, 자질구레한 사람들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었던 내 마음을 노래에 투사했었나 보다. 윤동주 시인이 들으면 흠칫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철저히 읽는 이만의 주관적 감상이었으니 말이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앞부분이 그리 좋으면서도 노랫말이 앞 뒤가 잘 안 맞는다 싶어 혼자 가끔씩 짜증을 내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두 시를 연결하느라 그리 되었나 보다.
원자력 발전에 관한 디베이트 수업 중이라, 여는 시로는 '눈 감고 간다'를 함께 읽었다.
눈 감고 간다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며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작 떠라.
-시집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푸른책들 -
아이들과 "감았던 눈을 와작 뜨고 문제를 바라보자. 발부리에 채이는 돌에 거꾸러지지 않으려면 말이야 그리고 작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라는 메시지를 나누고 싶었다. 갑자기 커다란 보물을 얻은 기분이다. 윤동주 시인님께 감사하다. 앞으로 자주자주 여는 시로 불러오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