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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정 Aug 22. 2022

가지의 대변신 - 중국식 가지 볶음

  “엄마, 가지 꼭 먹어야 해? 진짜 싫은데.”

  키 175cm가 되어 가지만 여전히 어린이의 입맛을 벗어나지 못한 15살 막내가 툴툴거린다.

  “그럼, 이 가지들을 다 버리니? 있어 봐, 엄마가 맛있는 것 만들어 줄게.”


  텃밭에서 거둬들인 채소 들 중 가장 처치 곤란한 것이 바로 가지다. 나로서는 그냥 쪄서 양념에 무쳐도 뭉근하니 맛나고, 오이 대신 가지를 채 썰어 냉채를 만들어도 시원하니 좋고, 이도 저도 귀찮을 땐 그냥 씻어서 생으로 먹어도 아삭하니 아오리 사과처럼 맛만 좋던데. 아이들은 영, 질감이 마음에 들지 않은가 보다. 도통 먹으려 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적에는 가지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쩌겠는가. 부단히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수밖에. 태경아, 엄마만 믿고 기다려봐!


  뜨거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 다진 것, 파 다진 것을 한 숟가락씩 넣어 볶는다. 솔솔 마늘 향과 파 향이 올라오면 미리 썰어둔 갖가지 채소 들 중 잘 익지 않는 것부터 넣어준다. 냉장고에 있던 채소들을 몽땅 불러내 보니 당근, 양파, 가지가 있다. 당근을 넣어 볶다가 양파, 가지도 넣는다. 대충 볶아지면 물을 좀 넣고 양조간장과 설탕을 적당히 넣어 뚜껑을 덮고 뭉근하게 끓인다. 그리고 냉동실에서 전분을 찾아 전분물을 만든다. 난 전분 들어간 음식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게 늘 사다 둔다. 보글보글 끓으면 전분물을 넣어 적당하게 점성이 생기게 저어준다. 대략 탕수육 소스 정도의 점도면 적당하다. 불을 끄고 간을 보고 접시에 담는다.



  “엄마, 이게 뭐야?”

  “글쎄, 뭘까?”

  “음, 생긴 건... 누룽지 탕 같기도 하고, 그 뭐지? 중국집에서 시켜 먹었던 것, 그거 있잖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지 막내는 인상을 쓴다.

  “팔보채?”

  “맞아! 그거랑 생긴 건 비슷한데? 근데 채소밖에 없네.”

  “응, 그냥 중국식 가지볶음이라고 해두지, 뭐. 일단 먹어봐.”


  식구들은 이게 뭐냐고 한 마디씩 보태며 밥을 푸고 반찬을 꺼내 자리에 모여 앉는다. 그리고 한 숟갈씩 퍼서 입으로 가져간다.


  “음~ 괜찮은데? 맛있다!”

  “그래? 당연하지, 가지도 맛있다니까!”

  “가지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어!”


  관건은 가지를 숨기는 것인가? 가지의 향과 맛을 알게 해주고 싶었는데 양념 속에 숨어버렸나 보다. 다음엔 좀 더 가지 맛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집에 있는 것들로만 밥상 차리기.’를 취미이자 특기로 삼고 있어, 희한한 음식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그래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건 무슨 음식이야?”다. 내 대답은 늘 일관된다. “일단 먹어 봐!”

  물론 결과가 언제나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같은 음식밖에 못 먹는다.’라는 주장으로 항의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재료가 좀 넉넉하다면, 버섯과 청경채 그리고 피망을 넣으면 더 맛있다. 굴소스가 있다면 간장 대신 굴소스를 넣으면 좀 더 중국식이라 주장할만한 맛이 난다. 하지만 우리 집엔 늘 간장뿐이라 간장만을 고집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혹은 고추장과 된장으로 양념해 마파 가지 덮밥을 만들어도 좋다. 마파두부의 형제뻘 되는 음식으로서 손색이 없다.  


  여하튼 우리 집 레시피의 가장 큰 특징은 포기하지 않는다는데 있으므로, 막내가 가지 요리를 좋아하게 되는 그날까지 나의 도전은 계속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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