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뿌려놓은 상추 씨앗이 나흘 만에 싹이 텄다. 작은 머리로 흙을 힘껏 밀어올리더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열흘 째다.
"얼마나 컸나?"
교습소에 들어가자마자 창문을 열고 싹을 들여다보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아이들이 모두 창을 향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세상에. 해님을 향해 저토록 힘차게 몸을 뻗었나 보다.
"선생님, 한 바퀴 돌려줘요!"
그 새 3학년 서우가 들어와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옆에서 훈수를 둔다.
"그럴까? 그럼 또 반대쪽으로 몸을 뻗겠지? 그러자!"
서우랑 상자를 반대쪽으로 돌려주고 싹 하나하나 바라보며 말을 건다.
"햇빛 맘껏 쬐고 튼튼하게 자라라!"
그러다 문득 코끝이 시큰해진다.
저렇게 여린 싹들도 잘 자라보려고 있는 힘껏 애를 쓰는데 말이다.
그래! 나도 힘내서 살아봐야겠구나!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