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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찐빵 Feb 04. 2020

가슴에 관심사 하나는 품고 살 거야

행복한 삶이란, 

다이어리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썼다.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뭘 좋아하고, 어떨 때 설레는지 알고 싶어서 말이다. 인생을 빠르게 되감기 해보다가 1번을 썼다. 가족끼리 갯벌에 가서 조개 캐던 날. 어릴 때 추억이 아니라 회사원 시절. 2년 반쯤 전이다. 햇빛이 퍼붓는 한여름에 장화 신고 주인장 아저씨를 따라 갯벌로 들어갔었다.


우선, 갯벌에 앉는다. 흙을 판다. 조개를 건진다. 빨간 망에 담는다. 단순한 반복동작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 1이다. 조개 캐는 것보단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흙 놀이하고 노는 게 재밌었다. 흙 만지고 놀다 심심하면 아빠가 조개 캐는 거 한번 보고, 어린이들이 뺙뺙 거리면서 조개 담는 거 구경하고. 고개를 들면 높은 하늘이 앞을 바라보면 바다의 수평선이 보였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2은 말할 것도 없다. 늘 나와 붙어있고 앞으로도 붙어있을 한 글자. . 책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릴까 내적 갈등을 겪는 순간이 좋고, 서점에 사고 싶은 책을 집는 순간의 느낌도 좋다. 책과 이야기는, 갯벌과 햇빛은 이기려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야기가 모여드는 곳에 가면 가슴이 두근댄다.

     

노트르담 드 파리 커튼콜.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날이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기쁘다:) 


사실, 책만큼 두근대는 게 하나 더 있다. 대학교 교양 시간에 불어로 봤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처음 한국어로 들었던 작년 겨울. 2시간 남짓 공연인데 뭐 이렇게 비싸냐.라는 말이 쏙! 들어갈 만큼 나를 매혹시킨 뮤지컬은 너무 비싸서 자주 보진 못한다. 그 덕에 꼭 보고 싶은 것만 고르게 되니 좋은 건가 싶기도. 스크린이나 tv화면보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이 주는 에너지와 감정에 같이 호흡하는 게 좋아서 뮤지컬이 끌린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노래하는 걸 보면 막 설렌다.   

     

큼직하게 삼 번까지 적었으니 됐다. 하고 계속 놔뒀는데 최근 4이 생겼다. 여행지마다 공원을 찾아다닐 만큼 초록이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거나, 저거나 싶게 같아 보여도 다른 모양새를 가진 초록 잎. 물, 바람, 햇빛이 필요해서 돌보지 않으면 죽는 녀석들. 화장 지우고 자는 것도 귀찮은 내가 ‘잘 크나?’ 매일 들여다보게 만든다. 식물은 중간 없이 극단적이라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든다.    

     



단조로운 일상에 책이 들어오고, 뮤지컬이 들어오고, 식물이 들어오면서 행복도가 높아졌다. 행복한 삶이란 가슴에 관심 있는 것 하나쯤 담고 사는 삶이다. 반대로 행복하지 않은 상태는 관심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굿 라이프』 中)라는 구절처럼 가슴에 관심사 하나쯤 담고 사는 건 일상을 풍성하게 만든다. 나를 기분 좋은 설렘에 빠지게 하는 관심사가 늘수록 퇴근길이 즐겁다. 출, 퇴근을 반복하는 꾸준함도 중요하지만 그 일상을 톡톡 튀게 할 변수도 필요하다.

     

여행하지 않았다면 도움의 따뜻함과 갯벌의 새로움을 모르고 살았을 거다. 책을 몰랐다면 생각의 폭은 늘 같았을 거고 식물을 몰랐다면 그들이 주는 평온함을 몰랐을 거다. 어쩌다 접해서 어라? 하고 내 마음에 들어온 관심사가 주는 변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내게 맞는지도 몰랐던 많은 관심사를 향해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있을 생각이다. 언제든 인생에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내 생각을 더 넓혀갈 거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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