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성을 사랑하세요?

우리는 사랑 할 줄 아는 사람

by 호호찐빵

언젠가 우리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오갈 거라고 예상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날은 내 생일이었고, 친구들은 생일 축하를 위해 한식당을 예약해뒀다고 했다. 달달한 불고기와 쌀밥은 온종일 비를 맞고 돌아다닌 내 몸과 속을 따뜻하게 데웠다.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가게를 나온 나와 B는 빠른 걸음 탓에 친구들보다 앞서 밤거리를 걷는 중이었다.


B는 내게 달팽이처럼 2개로 나눌 수 있는 단어에 대해 물었다. 달팽이는 달과 팽이로 나눠진다던데 그런 단어가 또 있냐고.


‘눈사람도 눈과 사람으로 나눌 수 있지.’


우리는 두 개였다가 하나였다 할 수 있는 단어에 대해 말하는 걸 시작으로 친구, 암스테르담 그리고 사랑으로까지 대화 주제를 확대해갔다. B는 연인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내게 자세히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 순간, 나는 한국에서 내가 내뱉은 말들에 대해 생각했다. 5분 동안 자유주제로 의견을 발표하는 중학교 수업 시간. 나는 동성애가 질병이라고 말한 국회의원의 예를 들면서 동성애는 사랑의 많은 형태 중 하나일 뿐, 질병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교회를 다녔던 시절에는 동성애가 유전적인 영향이나 선천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말을 했었다. 어떻게든 동성애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고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B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성(性)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친구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네덜란드에 가게 되면 분명 이야기를 할 것 같았지만 이렇게 자세히 듣게 될 줄은 몰랐다. B와 그의 연인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만났고, 서로를 알아갔고, 사랑을 했다. 내 마음 한 구석에 있던 편견처럼 방탕하게 즐기기 위해서, 호기심에 시작한 게 아니었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건 왼손잡이들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왼손으로 칼질을 하고, 가위를 쓰고, 젓가락질을 하는 나를 보며 신기해한다. 그들이 내 젓가락질이나 가위질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처럼 나는 모든 걸 오른손으로 하는 그들이 신기하다.


어느 손을 쓰든,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

나는 B에게 말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를 사랑하고, 둘이 행복하게 만나는 거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영어로 생각나지 않아서 말하지 못한 게 많다. 이래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다. 얘기가 샜지만, 아무튼.


나는 겪어보지 않아서 B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축하할 일이라는 건 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게다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니까.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건 그 사람이라는 우주가 오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국적도, 언어도, 성격도 다른 B라는 우주를 알 수 있었던 그 밤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고 상쾌했다.


이성을 사랑하는 나는 다수.


왼손을 쓰는 나는 소수.


우리는 언제나 다수에 속했다가 소수에 속하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인간이니까.


서로를 향해 벽을 쌓아 올리는 대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우리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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