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호찐빵 Mar 14. 2020

코로나 검사, 음성이 나왔다.

대구는 현재 진행형. 그러나, 끝은 반드시 온다.  

어쩐지 피를 뺀 팔꿈치 안쪽이 너무 아프다 싶더니.


잠옷을 쭉 끌어당겨 왼팔을 걷어 보니 피를 뺀 주위로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군데군데 피멍이 들어있다. 목요일 새벽이 떠올랐다. 그 날은 새벽에 눈이 번쩍 뜨였다. 몸이 너무 뜨거웠다. 얼마 안 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추운 게 아닌데 팔이, 다리가 저절로 덜덜덜 떨렸다.


설마. 코로나 세 글자가 머리를 스쳤다.


이틀 정도 몸살 기운이 있었고 복통과 설사를 했었다. 그래도 열은 없었는데.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몸이 이상해. 엄마는 내 이마를 짚더니 열이 너무 많이 난다고 했다. 코로나일 수도 있는데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당황하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렀고, 나는 점점 숨쉬기가 힘들었다. 코로나로 난리인 대구에서 새벽의 고열은, 우리 가족의 머릿속에 입력된 적 없는 상황이었다.


동생은 119에 연락해 오실 수 있는지, 혹시 지금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는지 알아봤다. 열이 있다면 응급실은 갈 수 없고 선별 진료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119 대원은 구급차를 보낼 테니 거기서 체온 측정을 한 뒤 이동하자고 했다. 얼마 안 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고 방호복 차림의 대원이 열을 재더니 어느 병원으로 갈지 알려줬다.


구급차는 엄청난 속도로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대기자가 많았다.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진료받을 수 있냐 묻는 보호자부터 다른 곳으로 이송해달라는 항의자까지 진료소 옆의 천막은 고한 가운데 굵직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이게, 뉴스에서만 보던 현장이구나. 나는 아득함에 말을 잊었다.


다행히 응급실 밖 별도 공간에 베드를 두고 누웠다. 각종 검사가 진행됐고,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긴 면봉이 목 안을 지나자 헛구역질이 나왔고, 코 속을 찌르자 눈물이 핑 돌았다. 방호복 차림의 검사원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했고, 검사원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답했다.


수고는, 애를 쓰는 건, 전부 그들이 하고 있었음에도.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왔을 즈음, 의사는 퇴원해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총 80만 8천 원짜리 진료비 청구서(코로나 외 각종 검사가 진행돼서 그렇습니다.)와 본인부담액란에 23만 원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며 병원에서 벗어났다. 그 날 저녁,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그제야 온몸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열은 뭐 때문에 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알아볼 힘도 없어서 죽은 듯이 누워서 지냈다. 어차피 재택근무 중이라 나갈 일도 없었다. 정신이 좀 들고 나서 검색해보니 골반염처럼 염증이 있을 때 열이 많이 날 수도 있고, 단순 열감기일 수도 있단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미열이 계속되더니 꼬하루가 지나자 해열제 없이도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일상이. 이렇게나 중요한 거구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대화하고 밥을 먹는 게. 이런 거였지. 그리고 이런 일상이 오길 기다리며 누군가는 여전히 병원에 있겠구나. 방호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사람들과 바쁘게 움직이던 간호사의 얼굴이 사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형체만 기억나지만 아무튼, 그들의 모습이 천천히 머릿속을 떠다녔다.


대구에는 코로나가 번졌고, 여전히 병원이란 현장은 고군분투 중이었다. 어디선가는 코로나 상황은 종식에 가까워졌다고 하고 누군가는 재고를 쌓아두려고 마스크와 방호복이 없다고 말하는거 아니냐고 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기를 쓰고, 애를 쓰는 의료진이 있어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대구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버팀에 힘을 싣는 도움이 있기에 나는 이 상황은 언젠가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턱 없이 모자란 금액을 기부했다. 턱 없이 모자란 금액이 모이고 모여서 누군가를 살리는 데 쓰이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끝은, 반드시 오니까.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누구든. 듣고 있는 신이 있다면, 스스로를 태워 애쓰는 의료진과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과 불안함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코로나의 끝이라는 걸 좀 데려와 달라고. 누군가의 사망보다는 완치라는 단어를 더 많이 보고 듣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혹시 새벽에 열이 나거나 호흡곤란 등 의심증상이 있다면 아무 병원이나 가시면 안 돼요~선별 진료소가 있는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도둑 유튜브와의 공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