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장승재, 장승재 작가, 장승재 강사
유명 포털 메일함에는 개수가 ‘999+’로 항상 용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불필요한 콘텐츠(광고 포함)라고 판단하여 열지도 않았다.
하루에 수십 건씩 연락이 와도 대수롭지 않게 그들의 정성을 깡그리 무시하였다.
심지어 ‘스팸’이라고 치부하였다.
언젠가부터 메일은 발신자의 일방적인 말을 담는 발신용 전화기의 기능으로 활용한다.
만약에, 메일을 정성스럽게 써서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수신 확인을 통해 메일은 잘 받았는지,
받았으면 몇 시에 수신을 하였는지,
어떻게 읽고 느꼈을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전긍긍하면서 회신을 기다린다.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
매일 연락을 주는 평생 인연과는 최대한 무심하게 대하고,
오히려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서 막역한 사이가 되고자 노력한다.
취향을 고려하여 선물도 사고, 날씨와 기분을 맞추며 점심 메뉴를 선택한다.
당연했던 인연도 처음에는 조심했었고,
좋아해서 사랑으로 마음은 커졌고, 편안해졌고,
이제는 무심해졌다.
막 쓰기 좋았던 컵도 함부로 다루기 시작하여 방심하면 처참하게 산산조각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가까이에 매일 붙어있을수록 익숙함에서 벗어나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고자 잘 붙들어야 한다.
사랑은 정지가 아닌 무한의 연속이다.
당신의 빛나는 모습도 해가 있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