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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Oct 10. 2023

100 대 0

내 안의 '블루독' 안아주기 1

이런 어마어마한 스코어가 나오다니...

‘너한테는 잘 못이 1도 없어!’라 번역되어  들리는 이 스코어는 내 인생 전체를 관통하며 목마름을 해갈하고 있는 중이다.      


도로 역주행 차량과의 접촉사고로 나는 신체적 손상과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한 과각성과 긴장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상대 차량 과실이 100, 나의 과실은 0’이라는 판결은 그 자체로 치료제가 되는 것 같다. 내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그 ‘정답’을 찾은 느낌이다.      


동생이 까불다가 끓는 물에 깊은 화상을 입는 사건을 목격한으로 어린 나는 ‘내 잘못이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긴장감으로 살았다. 그런 긴장감은 과도한 책임감으로 이어져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는 일은 매우 힘이 들었었다. 일을 시작도 하기전에, ‘그 일을 시작했다가 그 책임을 옴팡 내가 다 뒤집어 쓰면 어쩌지?’하는 두려움 때문에 포기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라는 가르침을 지나치게 받아들였던 것일까...돌다리를 부셔질 때까지 두들기기만 하다가, 결국은 ’돌다리가 부셔져서 못건너...’하며 합리화하며 살았다.


그런 나에게 ‘네 잘 못이 아니란다. 너에게는 1도 잘못이 없단다’라는 그 말은 50년 넘도록 ‘얼음’으로 살던 나에게 ‘땡’을 외쳐주는 것 같았다.

그동안 격리시켜 두었던 감정들 억압시켜둔 욕구들이 마구 치솟아 올랐다. 그동안 누군가 나에게 ‘너는 뭐하고 싶어? 뭐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수더분하게 대답했던 나는 ‘저는 피자는 소화가 안되서 샐러드 먹을래요’라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 35년만에 처음으로 명절에 남편 혼자 시댁에 보냈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시어머니에게 ‘어머니...저 아직 치료가 덜 되어서 안정을 취해야할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늙나봐요...회복이 더디네요...’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되, ‘죄송해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당당해지니 상대가 위축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화를 내며 전화를 받았던 시어머니는 ‘그래...회복 잘 하거라’하며 꼬리를 내린다. 진짜 건너기 힘든 ‘돌다리’였는데 드디어 건넜다!     


‘모든 일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나를 불쌍히 여기고 계셨다. 그리고 그분의 승리를 내 삶에도 경험케 하셨다. 아직도 여전히 자동차 운전하고 나면 식은 땀에 온 몸이 흠뻑 젖지만...아직도 그때 늘어난 인대는 복구되지 않았지만...평생 어디엔가 정체 모를 곳에 묶여있던 마음은 자유함을 얻었다. 더 이상 노예처럼 묶여서 살 필요가 없다. 나는 드디어 자유인이 되었다. 나에겐 더 이상 ''가 1도 없기 때문이다.

     

영화 <굿윌헌팅>에서 상담사가 주인공 윌에게 반복해서 말해준 그 대사가 떠오른다.


"It's not your fault!"


나는 그동안 이 '정답'을 찾아 헤맸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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