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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Oct 24. 2023

단풍놀이 대신 트로트 한 곡!

트로트 읽어드립니다 1 - 나훈아 '공'

나의 취미는 혼자 노래방 가서 트로트 부르기이다. 트로트 중에도 특히 나훈아씨의 트로트에 빠져 사는 1인이다. 엄마는 내가 트로트 부르는 모습을 보면 ‘처량 맞아보인다’, ‘사연 많은 여자 같다’며 못 부르게 하셨다. 나의 트로트 애정 역사에는 진짜 사연이 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외할머니는 장녀였던 엄마와 함께 사시려고 우리집에 오셨다. 나와 한방을 쓰며 친구처럼 지냈었다. 늘 안아주시고 만져주시고 이쁘다고 해주시고...그런 고마운 분이 부엌에서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리신다. 나도 따라 부른다. 학교도 안간 어린 아이가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이 귀여우셨던 모양이다. ‘또 불러봐라~ 한번 더 불러봐라~~’하셨다. 외할머니의 사랑을 더 받으려고 할머니가 즐겨보는 음악프로를 함께 보고 내가 먼저 노래를 외우고 할머니에게 가사를 알려드린다. 매일 할머니와의 둘만의 노래교실이 열린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트로트 가수요!’라고 대답한다.     


아버지는 은퇴후 우울증을 겪으셨다. 정신과에서 아버지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노래방가기’ 숙제를 내주셨다. 매 주말마다 온 가족들이 모여 아버지의 숙제를 핑계로 노래방에 갔었다. 그때 아버지는 주구장창 나훈아씨의 노래만 부르셨다. 멋진 대상으로 흠모하던 강한 아버지가 우울한 표정, 무기력한 모습인 것이 싫었던 나는 열심히 나훈아씨의 노래를 연습해서 아버지를 흐믓하게 해드렸다. 아이 시절 외할머니가 뿌려놓은 ‘휘발유’에 아버지가 ‘성냥개비’를 던져 불이 활활 붙어버렸다. 그렇게 좋아하기 시작한 나훈아씨의 노래가 요즘 새삼 가슴에 스며든다.     


마음이 지칠 때, 혼자 노래방에 간다. 그리고 그 시절 아버지를 위로하던 그 노래들을 나에게 불러준다.      


살다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나나 모두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갈 세상

백년도 힘든것을 천년을 살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리는 세월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 나훈아의 ()’     


올해 나이 78세의 나훈아씨가 직접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무엇인가 열심히 쫒던 목표가 좌절되었을 때, 내 자신이 실망스러울 때, 인생이 허망해질 때 위로가 된다.      


나훈아씨는 실존주의 철학자처럼 말한다.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우리네 인생은 모두 유한하고, 지금 가진 소중한 것들도 모두 지나가 버린다고...     


지금 좀 힘든 일이 있다해도 모두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지금 행복하다면 기억해야한다. 이 또한 지나가 버릴 테니, 있을 때 누려야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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