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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Oct 26. 2023

삶이란...

트로트 읽어드립니다 2 - 나훈아 '삶'

삶이란 인생이라는 마당에서

한세월 놀다가 가는 거지...     


삶이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한바탕 울다 웃다 가는 거지...     


살다가 또 살다가 지칠 때면

헛 춤에다 한 곡조 뽑아도 보고

뜬구름 쫒다가 헛발질도 하고

삶이란 그저 허무일세     


삶이란 인생이라는 세상에서

사랑에 목숨 한 번 걸어 보고...     


삶이란 인생이라는 소설 속에

우리는 모두가 나그네인걸...     


울다가 또 울다가 펑펑 울다가

다시 히히 웃으며 행복해하고

아무리 더하고 나누어 봐도

삶이란 그냥 본전일세


삶이란 그저 허무일세     


삶이란...그래, 그런 걸~     


- 나훈아      


가을이라 그런가...부쩍 트로트가 끌린다. 부쩍 나훈아가 끌린다...     


이 곡은 ‘새벽’이라는 앨범에 담긴 나훈아씨 작사 작곡의 노래이다. 앨범명 ‘새벽’이라는 말에 마음이 설레인다. 새벽은 내가 한참 푹 잠든 시간이다. 낮동안 이루지 못한 꿈을 성취하는 시간이다.     


나훈아씨는 “새벽은 제게 기타를 잡게 하고 피아노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눈을 뜬 채 꿈을 꾸게도 하고, 아픔을 추억하게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새벽은 오랜 세월 저를 잠 못 들게 했습니다”라고 했단다.      


그렇게 유명하고 인생을 뜨겁게 사신 분이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벽까지 잠못들며 내린 결론이 ‘삶이란...허무하다’라니...

  

어쩌면 사회에서 주어지는 역할,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삶에만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삶이 더 허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실존적 존재’로 살지 못했기 때문에 느끼는 허무함일지 모르겠다.      


아직 ‘삶이란...’을 논할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적어도 오늘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어서 참 다행이다. 80즈음 어느날 누군가 나에게 ‘삶이란...?’이라고 물어준다면 ‘삶이란...즐거운 소풍이었다’ ‘삶이란 감사함이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살아볼 시간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나’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나’를 어떻게 살게 할지가 결정된다.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라는 자기표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나를 수용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앞에 나를 세워둘 것이다. 그 사람은 그 대상앞에서 자신 안에 있던 ‘사랑스러움’을 한 껏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멀리 둘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지금부터의 삶에서는 내 안의 ‘나 다움’을 꺼내주는 사람 곁에서 진정한 실존적 존재로 살아내기를 소망해본다. 그래서 80의 어느 날 ‘삶이란...선물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그림: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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