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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아지트 Aug 21. 2024

욕망의 주체로 살기

최근에 나의 주된 관심사는 ‘주체성’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체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나자신은 체로 살고있지 않는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그동안 내가 내 인생을 내맡긴 agency는 계속 나에게 ‘should’를 요구하고 있지만, 나는 이제 ‘want’에 귀를 기울여주는 새로운 agency로 갈아타야할 때인것 같다.




‘저는 골프 안쳐요’라고 말하면 다들 ‘왜 골프를 안쳐?! 지금이라도 배워서 같이 부부동반 라운딩가자’라고 한다. 마치 비혼주의 여성에게 ‘왜 결혼을 안해?’라고 말하는 느낌같다.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왜 골프를 안치게 되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게 된다. 마치 비혼을 선택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처럼...


대학때부터, 유행하는 것은 다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친구는, '먹고사느라 바빠 그동안 남들 다치는 골프를 못 배웠다'며, 은퇴를 하자마자 골프를 시작했다. 만날 때마다 골프 이야기를 하더니, 시작한지 6개월만에 팔꿈치와 어깨를 다쳐 일상생활도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고가의 골프채를 사기위해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예쁜 골프복을 입기 위해 살빼는 한약을 지었다던 그녀였다.  

   



운동은 건강한 자존감보충할수 있는 지름길 중 하나이다. 고통을 견디고 나면 어제보다 나아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효능감 보충된다.


30대에 수영을 3년간 했었다. 남편직장때문에 낯선 타향살이를 시작하고 향수병에 걸려버렸다. 그때 치료를 위해 선택한 운동이 수영이다. 아이들이 학교가고 나면 수영장으로 달려가 3시간씩 수영을 했다. 그 결과 여성수영대회에서 대회신기록이라는 쾌거를 얻어냈다. 수영을 하면서 난생처음 운동에 대한 자신감을 느꼈다. 사춘기 때 하두 달리기와 구기종목을 못해서 '나는 운동에는 젬병'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나에게 금메달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수학 전교1등 했을때보다 성취감을 느낄수있었고, 삶의 다른 영역에까지 적극성과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40대 초반에 엄마의 권유로 골프를 배웠었다. 30대, 수영을 했던 그때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연습장에서 3시간씩 골프를 쳤다. 수영만큼 열심히 했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위축감이었다. 어제보다 나아지는 나를 만날수 없었다. 연습장에서의 노력이 점수로 이어지질 않았다. '인도어 프로'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열심히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잔디밭초토화시키러 나온 사람 같았다.


'스코어가 뭐가 중요해? 함께 간 사람들과 즐거운 수다떨며 재밌는 시간보내는데 의미가 있지...'라고 하지만, 그렇게 합리화하기엔 라운딩에 투자해야하는 비용이 너무 컸다. 좌절후 성취가 있어야 자기애가 보충될텐데, 잇다른 좌절감은 나를 위축되게 했다. 다른 운동과 달리 골프후에는 개운함보다는 자괴감이 느껴졌다. '역시 나는 운동에는 젬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때 2년만에 그만둔 골프를 다시 시작해야하나 고민중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는 모임마다 골프이야기를 한다. 남편과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이 가장 보기 좋은 노후라고들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다시 배워야하나? 다른 취미가 없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남들보기에 편안해 보이기 위해서라도...'


'나이들면 부부가 함께 골프를 쳐야한다는 건 누구의 목소리야?'


 엄마는 내가 남편과 함께 골프치러 다니며 여유롭게 살기를 바라셨다. 부모님도 골프여행을 다니실때 가장 즐거워보였다. 외향적인 성격의 체육과 출신 엄마에게 골프는, 자기 재능을 발휘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 즐거운 통로였지만, 운동에 그리 흥미와 재능이 없는 내향적인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남들 다 하는 골프를 너도 해야지!'라는 소리에 '나도 해야하나?'하고 있는 나에게, 다른 목소리가 등장한다.


'진짜 하고 싶긴 한거야?' '아니, 라운딩 시간에 맞춰서 새벽같이 일어나야하고 이것저것 챙겨야하고 팀원중 신경쓰이는 사람있으면 스트레스도 받고, 공이 잘 맞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면 팀원들 눈치도 봐야하고...무엇보다 하루종일을 비워야하는게 너무 싫어' 


'그럼 왜 고민하는거야?' '그러게 말야...내가 누구보여줄려고 그런 고생스러운 도전을 다시 하려 한거지?!'

 



'남들 다하는데...나만...'이라는 목소리는 나를  위축되게 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렇지만 나는...'이라고 맞서주는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했다. 하마터면 내가 나로 사는데 다른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뻔 했다.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욕망에 내 욕망을 맞추고 살뻔 했다.


"인생후반전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래...이제 나는 그냥 나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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