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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l 04. 2023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들

보통의 삶, 보통의 생각, 보통의 글.

 오늘도 브런치 관심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옆에서 독자가 늘었냐는 남편의 질문에 얼굴이 화끈 붉어진다.

 "여보 여기 글 읽어 보면 대단한 작가들이 진짜 많아.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분, 자기 분야에 대단한 지식을 가진 분, 감성이 충만해 문장에 아름다움이 넘치는 분. 사진에 글을 담고 계신 분. 어떤 사람도 경험하지 못할 경험을 하신 분. 해외 생활을 쓰시는 분. 자기 생활에 용감하게 도전장을 던지신 분. 나는 정말 허접해. 현실에서도 여기서도 비주류가 된 느낌. 조금은 속상하다."


  별의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만, 그나마 이런 글도 읽어주시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조건 없이 대하는 부모님 마음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세상에 이렇게 글 잘 쓰는 분들이 많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대한민국을 벗어난 본 적이 없고, 고향에서 겨우 이곳으로 오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자로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또 한 번 놀랄 일이다. 한 가지 사물에 대한 생각이 가지를 뻗어 A4 한, 두 장 분량의 글을 만들어내는 분도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똑같은 경험치인데 무릎을 탁 치게 표현하는 작가님들도 멋있어 보인다. 아마 다시 태어나도 못 따라갈 것이다.


  내 삶의 경계는 정말 한정적이다. 늘 마주하는 아이들과 학부모. 내 가족들. 집과 직장에만 매달리는 일상들. 어쩌다 보니 집, 학교가 평생 내 삶의 영역이다.

  그냥 보통의 삶이다. 바쁜 남편을 둔 덕에 아이들 챙기기도 바쁘니 취미나 여가를 즐길 여유도 없다. 고작 할 수 있는 게 매일 하는 청소와 밥 짓기, 책 읽기와 산책, 머리 아플 땐 드라마 보기. 그냥 우리네 평범한 아줌마들의 보통의 삶이다.


  보통의 삶이라서 글이 안 나온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위안을 삼아 본다. 특별날 것 없는 내 삶. 문화적으로 결핍이 많았던 어린 시절. 대화가 거의 없었던 조용한 가족. 읽고 싶었지만 부족했던 책. 이런 것들을 내 글의 부족함에 대한 핑계로 삼는다. 나는 변명거리를 찾는 비겁쟁이인 것 같다. 또한 특별나고 싶어 하는 관종이었던가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해 본다.


  내 비겁함에 대한 변명거리를 또 찾아본다.

  일등이 돋보이는 건 일등 뒤의 수많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의 우승자가 대단해 보이는 것도 옆에서 같이 뛰어 준 수백 명의 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삶이 돋보이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도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그냥 보통의 일상을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려한 문장이 가슴을 적시고 돋보이는 것도 나 같은 보통의 글을 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용감히 쓴다.

  보통의 내 삶에 대해. 보통의 생각으로. 보통의 문체로.

  또 생각해 본다. 보통인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보통인 게 맞긴 한가. 우리 아들과 겪었던 그 수많은 일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또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나다. 그냥 내 영역 내에서 모나지 않게 튀지 않게 그냥저냥 그렇게.


 특별한 삶을 살아야 글이 나온다는 잘못된 생각이 글쓰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수려한 문장을 못 쓸지라도, 글을 쓰는 것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면 나만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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