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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l 12. 2023

무상으로 점포를 임대해 준 브런치

동네 떡갈비집이 망했다, 내 가게는 안 망하기를

 기억상으로 6개월도 안 된 거 같다. 세로로 길고 가로로 좁은 가게에 떡갈비집이 들어선 게.

 산책을 하다 보니 점포 임대라는 빨간 글씨가 눈에 띄게 보인다. 워낙 작은 가게라 입구도 작아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점포 임대 네 글자.


 한 번도 가 보지도 않았고 가보겠다는 마음은 더욱 없었다. 그 좁은 문에 붙은 떡갈비의 현란한 사진은 입맛을 돋우기도 했지만 떡갈비란 음식이 떡볶이처럼 스트레스받을 때 생각나는 음식도 아니고 김밥처럼 밥준비가 너무 힘들 때 한 끼 때울 수 있는 일품식도 아니기 때문이다.

  떡갈비는 결국 밥과 다른 반찬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반찬이지 식사 대용이 될 순 없다.

  반찬 가게의 수많은 반찬 중의 하나일 뿐인 떡갈비를 메인으로 판매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시작부터 실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떡갈비집 사장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으나 어찌 됐든 한 가족의 가장일 것이고 가게가 망함으로써 가족의 수입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한 달 수입만 줄었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좁디좁은 점포지만 인테리어 비용이며 임대료며 다 까먹고 결국 장사를 접은 것일 거다. 수입은커녕 있던 돈마저 까먹은 사장님은 아마 속이 쓰리다 못해 어디선가 절망의 한숨을 쉬고 계실지도 모른다. 뵌 적도 없는데 마음이 아파온다.


  누구나 다 뭔가를 시작할 때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다. 뭐라도 되겠지. 내 생각대로 하면 될 거야라고. 이 정도면 됐어. 잘하고 있는 거야.


  떡갈비집 사장님은 식사도 아니고 즐겨 먹는 반찬이 되기도 어중간한 메뉴를 선정할 때 아마 블루오션이라고 자부했을지도 모른다. 맛있게 만들고 정성 들여 만들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작은 점포지만 알차게 꾸려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망한 떡갈비집을 보면서 브런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도 아마 저 사장님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브런치 작가 당첨 메일을 받았을 때 작가라는 명칭이 가당키나 한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브런치에서 붙여주는 작가란 명칭이 나를 진짜 멋진 글쟁이로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2019년에 처음 글을 쓰고 2020년 어느 날로 멈춰버린 브런치 서랍 속의 글들을 생각해 본다. 2019년에 '엄마 성장기'란 테마로 글을 몇 편 저장해 놓으면서 글쓰기로 뭔가 아들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었다. 병원도 상담도 회유도 싸움도 고성도 협박도 어느 것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이랑 싸움을 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부족한 엄마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글쓰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글을 쓰고 하루하루 다른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실수한 행위들을 반성하면 아들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에서 그쳤을 뿐 소소한 바쁜 일상들에 우선순위를 뺏기면서 그마저도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그때 계속 글을 썼더라면 아들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내가 좀 편안한 엄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떡갈비집 사장님이 선정한 떡갈비 메뉴의 판매화를 위해 점포를 임대한 것처럼, 나에게 브런치 작가 당첨은 '카카오'로부터 글이라는 메뉴를 만들고 선보이는 점포를 무상으로 임대받은 셈이다.

  우울함이 밀려올 때마다 아들이 애를 먹일 때마다 2,3편의 글을 썼다. 6월 6일 이후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다 안아주기 시리즈를 쓰게 되었다. 아마 안아주기가 글쓰기로 구체화되지 않았다면 나의 안아주는 활동은 하다가 또 멈추어버렸을 것이다. 활자화되어 나가 버리는 글은 내 행동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책임감까지 부여한다.


  글을 써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독서량이 부족함을 느낀다.

  사고의 깊이가 없음을 느낀다.  일기는 거의 매일 쓰고 살았지만 일상을 적는 일기가 내 사고를 깊게 한 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저 남편 이야기, 아들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글들 속에서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가 쓰고 싶은 게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하루 3,4편 발행해대지만 사실 글쓰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글쓰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되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될지에 대해서. 그래도 일단은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편안해지니 우선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작가로 선정해 준 브런치에 감사할 일이다. 그저 감사했던 첫 마음을 잃고 떡갈비집 사장님처럼 헛된 희망을 품지 않기를 바라본다.(사장님의 마음을 내 맘대로 재단해서 죄송하지만.)

 내가 하는 글쓰기는 잘 될 거야. 내 글은 멋질 거야. 내 글은 많이 읽어줄 거야. 나는 멋진 작가가 될 거야.

 이런 생각들보다 지금 이 순간은 그저 쓰는 것에 만족하고 쓰기가 내면의 우울함을 조금씩 걷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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