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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l 22. 2023

도자기처럼 깨져 버린 글

  글 한 편을 완성했는데 발행을 못하고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남편에게 보여줬고 수차례 고치기를 반복했다. 나름은 열심히 생각을 풀었다고 느꼈는데 글 흐름이 안 맞다고 한다. 길을 잘 걷다가 갑자기 절벽을 만나 발걸음이 뚝 멈춘 것처럼 어찔할 바를 모르고 결론이 급하게 뚝 떨어지는 글이라고 한다.  

  글 전체를 뒤집기도 하고, 문단을 통째로 날리기도 하고 거의 일주일을 잡고 썼다. 어제 마지막 완성글을 보여줬는데 마음에 안 들어한다.

  결국 폐기해야 된다. 일주일 가량 고민한 글인데 폐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의 조언이 틀리지 않다고 어느 정도 동의를 하기 때문이다. 읽고 또 읽어봐도 뭔가 생각은 풀고 싶은데 제대로 풀리지 않아 왔다 갔다 하다가 급하게 결론이 내려지는 글로 보인다.

 

   도자기를 깨는 장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정성 들여 빚고 유약을 입히고 굽고 하는 과정은 정말 긴 시간과 정성을 요구하는데, 미완의 작품을 만들 수 없기에 깨버려야 하는 마음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의 분신 같고 자식 같을 텐데 말이다. 아깝다.

  도공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나는 내 글에 대한 미련이 많다. 뭔가 부족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좋은 글을 완성하려면 미련 없이 허술한 글을 버릴 줄 알아야 된다. 좋은 글을 위해서 쓸데없는 문장과 문단을 끊어내지 않으면 내 글은 계속 뭔가 부족한 부분을 가진 불편한 글이 될 것이다.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생각의 덩어리를 못 끊어내고, 흐름과 맥락이 부족한 글을 미련 없이 버리지 못하면 글쓰기는 영원히 발전하지 못한다.

  아깝지만 글을 폐기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겠다

  1, 2시간이면 뚝딱 써버리는 신변잡기적인 글을 써대고 있지만, 언젠가는 누구나의 눈으로 봐도 도저히 깨트릴 수 없는 도자기 같은 글을 완성하기를 꿈꾸어 본다. 


내 글이 도자기처럼 깨어지더라도 쓰는 동안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사실 이 글도 남편이 폐기하라고 하는데 용감하게 발행한다. 이유를 물으니 너무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 같다고 한다. 일주일 간 고쳐댄 글을 감정 없이 비판할 땐 언제였던지 잊어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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