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건지,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갈색 믹스커피(우울)
쓰기 능력에 한계를 느낀다.
곳간에 쌓아둔 것이 없다.
종이책을 읽는 것과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건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짧은 글 속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금방 읽는 글인데 하고 싶은 말을 다 넣어놓으셨다.
고민의 결과이다.
도저히 따라 쓸 수 없는 문장과 생각들은 2번 3번 읽으며 따라가 보려 한다.
한계에 부딪힌다.
법륜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욕심이야. 욕심. 그래 욕심이다.
욕심을 내리려면서도 또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기웃거려 본다.
감탄한다.
언제까지 일기나 쓰고 있을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가끔은 이래도 되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글도 있다.
문어체와 구어체는 분명히 다른데 일상에서 쓰는 비속어들을 대화문도 아닌 자기 생각에 그대로 옮겨 놓은 글도 보인다.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선입견인가?
내 글도 들여다본다.
과연 다른가?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말을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대화하기 위해 이 말 저 말 걸어보지만 대답하지 않는 아들과 올라가려는 목소리.
오늘은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
그냥 숨이 막혀 온다.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싶어야 글다운 글을 쓸 것인데 말을 하고 싶으니 글다운 글이 안 나온다.
갈색 믹스커피 한 잔을 태운다.
'말이 하고 싶었구나?'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순 없었지만 내 속의 고민과 갈등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마음의 짐이 내려졌다.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남편에게 글로도 못 쓸 온갖 감정을 다 털어놓았다. 남편은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 주머니의 저장능력은 한계가 있다. 넉넉하고 여유 있는 남편도 내 모든 걸 다 받아줄 수는 없다. 글은 제 2의 남편이 되었다. 물론 글 속에 남편한테 하듯이 적나라하게 모든 걸 다 털고 말할 순 없다. 감정을 정화시키며 내 속을 털 수 있게 된 글쓰기. 그렇게 남편도 편해지고 나도 편해지는 길이 글쓰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