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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Aug 08. 2023

브런치를 지키는 저를 라이킷합니다.

  브런치 라이킷에 대해 쓴 글이 한동안 거의 매일 라이킷을 받았다. 아래 글이다.

  첫 브런치 북에 들어가 있는 글인데, 브런치북의 다른 글보다 독자님들이 유독 이 글에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100번째 라이킷을 받았을 때 독자수가 70명이 되었다. 독자수보다 많은 라이킷 수라니. 브런치 초보라 신기했다. 100번 라이킷을 받았을 때 브런치를 구독해 주신 작가님까지 또렷이 기억한다.(Mue님)

(대부분 요 글만 라이킷 하시는 걸 보면, 브런치북은 실패한 느낌이다. ^^)

 

  브런치를 시작할 때 독자수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리 수로 넘어갈 때 너무나도 기뻤다. 대학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대학 합격보다 대학원 합격이 더 기뻤다. 대학은 커트라인 상으로 떨어질 위험이 전혀 없었지만 대학원은 그렇지 않았다. 지원자 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학 입학 준비처럼 평소에 모의고사를 치른 것도 아니니 합격에 대해 기대치를 가늠해 볼 잣대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대학원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준비했었다. 합격의 잣대가 없고 혼자만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합격 소식은 큰 비밀을 혼자 알고 있는 것처럼 더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였다. 소심한 데다 항상 선택에 확신이 별로 없어서 떨어질 가능성을 더 많이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비밀로 했기 때문에  기뻤다.


  브런치 작가(작가란 말은 아직도 어색하다.) 활동도 가족 외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나마 아는 사람은 독자도 아니다. 독자로 해달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때론 이런 성격도 싫기도 하다. 나 이렇소라고 당당하게 말 못 하는 소심함.

  글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잣대도 없는 상태에서 독자가 늘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할 수가 없었는데 독자수가 조금씩 늘어서 기쁘다.

  처음 한 자릿수에서 20명 정도로 독자가 늘었을 때는 영원히 20이란 숫자에 독자가 멈춰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덧 독자수가 세 자릿수가 되었다.

 

  산을 오를 때 1시간 정도만 오르면 숨이 차고 정상이 빨리 눈앞에 나타나길 바란다. 오르면 오를수록 도저히 끝이 안 보이는 암석들, 발은 아파오고 숨은 차고 어디가 정상일까 가늠해 보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다. 그냥 오르는 수밖에 없다. 독자수를 쳐다보는 게 산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한 자릿수에서 어찌어찌 두 자리 수로 바뀌었지만 세 자리 수의 독자수는 정상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모호한 일이었다. 그 모호함을 이제 한 번 뚫은 느낌이다.


  적은 글을 쓰고도 흡입력이 강해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분에 비하면 가성비와 효율은 떨어진다. 물론 발행을 적게 하는 분들은 글 하나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한 편에 들인 시간만큼 나는 여러 편에 똑같은 시간을 들였을 뿐이다. 하지만 백번 감안하더라도 내 브런치는 효율이 떨어지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나만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브런치를 지켰고 지키고 싶다. 나같이 주변 언저리에서 브런치를 지켜주는 사람도 있어야 책도 내면서 빛을 발하시는 작가들이 생길 것이고, 나도 언젠가는 주변에서 중심으로 가까이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독자수가 이렇게 되기까지 매일 열심히 써대던 나를 칭찬하고 싶다. 칭찬해야 된다. 그래야 계속 쓸 수 있을 거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당첨운 같은 건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운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해야지만 보상을 받는 인생이었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꾸준히 쓰는 수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다.


  부산 여행기 3편을 완성하며 글자 때문에 체할 것 같았다. 평소에 글쓰기를 위해 잘 먹어둔 것이 없으니 뱉어낼 것도 없었다. 뱉어낼 것도 없고 먹은 것도 없는데 울렁거리는 느낌. 빈 속에 울렁증이 온 것 마냥 글쓰기가 힘들었다. 두통까지 겹쳐왔다. 노트북을 더 이상 펴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또 이렇게 브런치를 지키고 있다.

  잘했어. 0 선생.
  이제 한숨 고르고 어떻게 글을 쓸지 또 한 번 생각해 보자.
  한 발 내디뎠는데 더 걷기가 힘들지? 힘들어도 또 내디뎌야 걸어갈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
  스스로 네 자존감을 좀 올려주렴.
  이 나이가 되어서도 자존감, 자신감이 항상 발목을 잡지?
  항상 스스로를 깎아내리는데만 너무 익숙하지?
  너를 가장 사랑해 줄 사람은 너야. 조금은 너를 아껴주렴. 너를 인정해 주렴.
  아들도 잘못 키웠지만 과거 생각 그만하고 지금부터 더 잘해보렴.
  결국 네 아들을 키울 사람은 너야. 너 말고는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아들이고 너니까 감당하고 사는 거란다. 너를 좀 추켜세워보기도 하렴.


  브런치를 열심히 지키고 있는 나를 라이킷해본다.


  

배경 사진 : 법륜스님 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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