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品位)
1 직품(職品)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3 사물이 지닌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
사람은 누구나 품위 있는 인간으로 남에게 인식되고 싶다. 아이나 청소년에게는 품위가 중요하지 않겠지만 어른이라면 품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들은 것과 본 것이 많고 체면도 중요해지므로 품위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갈망은 더 클 것이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은 말과 행동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을 남에게 주려면 말을 가려서 해야 되고 행동도 방정맞지 않아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릴 때야 방정맞게 행동하는 것이 귀여움이며 오히려 그 나이에 걸맞은 품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이 품위가 없다면 그 사람은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고 말을 섞고 싶지도 않다.
어른들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품위를 옷이나 치장으로 꾸미기도 한다. 점잖고 세련되게 입고 머리를 단정히 해서 품위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깊이 관계하지 않는 사람들은 겉모습을 보고 품위를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모두들 아침마다 깨끗이 씻고 단정한 옷을 챙겨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열심히 꾸미는 것 아니겠는가.
깊이 관계를 하거나 가까워지게 된 사람들의 품위는 겉모습만으로 판단 내려지는 것이 다가 아니다. 소위 입만 열면 깬다는 사람들은 아무리 겉이 품위 있어도 말이나 행동에 품위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품위에 대한 판단이 허물 벗듯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어려움에 닥쳤을 때이다. 의견이 상충될 때이다.
지금 교육현장은 어지럽다. 여러 말들이 동료 사이에 오가고 관리자들로부터 아랫사람에게 오간다. 그 와중에 인간의 품위를 다 엿볼 수 있다.
9월 4일 멈춤의 날과 관련한 대화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의 품위를 엿볼 수 있었다. 도저히 듣고 있기가 괴로워 중간에 자리를 나와버렸다. 논리로 무장하지 않은 외침은 공허할 뿐이며 고집으로 뭉친 이 앞에서 읍소해 봤자 품위가 없어지는 건 읍소하는 자이다. 그리고 결국 읍소를 듣는 사람도 품위가 없어진다.
그분의 품위 없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고 전달해 듣기만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나와 버린 행위가 비겁할 수도 있으나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더라면 그 분의 품위 없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을 것이고, 품위 없는 말과 행동에 이성을 잃게 되면 나도 덩달아 품위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이 바로 서길 바라는 마음을 안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안위와 일신만이 중요하다. 뻔히 보인다. 차라리 나는 내 안위가 중요하니 파쇼가 되겠다고 하면 오히려 멋있고 품위 있어 보일 거 같다. 어찌 됐든 파쇼는 한 길을 걷겠다는 것이니까.
뻔히 보이는 그럴듯한 위로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품위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결국 품위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이 먹는다고 품위 있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우아한 모습으로 치장했다고 품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뻔한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는 하루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함이 자신의 품위를 증명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그 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얼마나 직함에 어울리는 품위가 하나도 없는 사람인지 깨닫고는 있을까?
아마 깨달을 정도라면 이미 품위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비겁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자리를 빠져나오지 않았더라면 가뜩이나 떨림을 멈추지 않는 눈은 계속 떨리고 입술의 포진은 더 커질 것 같다.
좌가 됐든 우가 됐든 품위는 유지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