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를 보고 쓴 글은 아닙니다. 우연의 일치네요.괜시리 조회수 노리고 쓴 것처럼 보여 속상합니다.)
현장체험학습 답사를 끝내고 동료선생님들과 차를 마셨다. 오랜만에 나간 교외에서, 처음 가 본 조용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한몫을 한다. 푸른 숲은 눈을 맑게 하고 커피 향은 후각을 즐겁게 하며 나누는 이야기는 머리를 비워내게 한다. 이런 시간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들은 모이면 학교 이야기를 안 하고 싶지만 결국 학교 이야기로 모든 게 귀결된다.
요즘 공교육 정상화 문제가 불거지고 전에 없이 선생님들의 교실 속 어려움이 대중에게도 공유되고 있다. 왠지 모르는 그 누군가도 우리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아주는 것 같아 예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마디 던졌다.
"애들이 전부 포시랍게 자라서 그래요. 우리 어릴 때 하고 같나요?"
"응? 포시라운 게 뭐예요?"
어릴 때부터 포시랍다라는 말을 일상에서 많이 듣고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많이 쓰던 말이라 선생님들이 모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더군다나 같이 간 두 분 선생님은 경남, 부산 출신이었으니 설사 사투리일지언정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다.
깜짝 놀라서 사전을 찾아보니 경북 방언이었다. 대구에서 나고 40년 넘게 살아온 나나 알 수 있는 말이었다. 포시랍다는 말이 사투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우리말의 다양함을 한 번 더 느꼈다.
사투리를 쓰면 촌스럽게 느껴지고 뭔가 도태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투리가 없다면 우리말의 다양성은 확 줄어들 것이다. 표준말을 쓰는 사람을 세련되었다고 느끼는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우리말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포시랍다라는 말이 사투리라는 걸 알았지만, 뜻은 썩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나름 어감은 예쁜 단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브런치에 글로 남기고 싶었다.
포시랍다 *형용사 [방언] ‘호강스럽다’의 방언 (경북) *아주 귀하게 대접받고 자라서 험한 것을 잘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의 경북 사투리
난 포시랍게 자란 사람은 아니다. 포시랍게 자라지 못한 사람이 포시랍게 자란 아이들을 이해하려니 살짝 힘들다. 하지만 이해하지 않으면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다.
포시라운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포시랍게 자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들여지고 형성된 가치관도 받아들여야 된다. 그래야 앞으로 평교사로 10년은 너끈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포시라운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세대보다는 포시랍게 자랐을 저학년 학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태된 교사로 내일 당장 퇴직을 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