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끊어야 돼.

by 나무 향기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사는 것의 시작은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 낳고부터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활 리듬이 다 깨지고 숙면의 틀은 깨어졌는데, 얕은 잠이 지속되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심해진 건 근래 5년 정도이다. 숙면을 못 취하니 낮에 졸립고 졸려도 일은 해야 되니 커피를 세 잔씩 마시고, 커피의 각성 작용에 밤에는 또 잠을 설치고, 다음날은 또 힘들어서 커피를 마시고. 잘못된 경험의 악순환이 숙면의 고리를 끊어버렸다.


대한민국 국민들 다수가 학창 시절엔 공부 때문에, 직장인으로서는 긴 근무시간이나 긴 출퇴근 시간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빼미형 인간이나 새벽형 인간이 있는 걸 보면 나란 인간은 유독 잠이 많은 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사실인 것 같다. 처녀 때 교육청에서 하와이로 보내주는 한 달 연수를 갔을 때 함께 방을 쓴 친구는 버스 안에서 유독 많이 조는 나에게, 너는 왜 그렇게 잠이 많냐고 희한하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객관적으로도 잠이 무척 많은 사람인 건 맞다. 그 땐 커피도 이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기에 8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에는 내 의식으로는 제어가 안될 정도로 졸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 많은 내가 잠을 못자고 있으니 신경이 더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근래 들어선 남편의 출장이 잦은 것도 숙면을 방해하고 있다. 걱정이 많아서 남편의 하루 일상을 확인해야 편안하게 잘 수 있다. 근 20일 동안 남편은 한국과 낮과 밤이 바뀐 곳에 있었고, 어떻게든 남편이 깨어 있는 시간에 통화를 하려고 하다 보면 늦게 자기 일쑤였다. 늦게 자는 것이 또 숙면을 방해했다.


숙면을 못 취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신경은 예민해지고, 기분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해야 될 일도 잊어버린다. 기분이 가라앉을 땐 밖에 나가 걷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행위가 분명히 도움을 주는데, 문제점은 기분이 가라앉을 땐 그런 행위가 도움을 준다는 사실조차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모든 걸 망각하고 무기력해진다. 그나마 아이들 밥이라도 잘 챙기고 있다는 사실에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명절 연휴동안 싸움이 잦아진 원인에 수면 부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도 예민해진다.


커피를 끊으려고 노력 중이다. 어제는 한 잔만 마셨다. 지금 아이들의 놀이 소리와 떠드는 소리 속에서도 나는 졸립다. 이 소음 속에서 졸립다니 희한한 일이다. 하지만 커피는 참고 있다. 커피 세 잔, 취하지 못하는 수면, 낮에 졸림, 또 커피 세 잔의 고리를 끊어야 된다.


반 아이들에게 늘 단정적으로 말한다. 나중에 하는 건 없다고. 잘못된 습관은 지금 끊어야 된다고. 아빠는 바담풍하면서 자식에게는 바람풍 하라고 한다는 옛이야기가 떠오른다.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늘 바른 행동과 습관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정확한 발음의 바람풍을 외치지 못하고 있다. 교사니까 바른 걸 가르쳐야 되는 게 맞지만 언행이 일치된다면 더 바람직할텐데 말이다.


불필요한 습관은 당장 끊지 않으면 미루고 또 미루게 된다.

오늘 커피를 끊자.

졸리면 일어서고 또 졸리면 교실에서라도 걷자.

삼일의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수면 습관을 바꿔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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