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깜짝이야. 매일 일찍 출근하니 아이들이 볼 일이 없었는데, 우리 반 준이가 너무나 반갑게 나를 부른다. 저 멀리서. 그 옆엔 강이도 있다. 엄마랑 함께 등교를 한다. 강이 어머니도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신다. 나를 너무 신뢰해 주시는 어머니다. 셋 다 반갑다. 굳어 있던 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누군가 나를 봤을 때 이렇게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나는 밝은 기운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서 안타깝다.
"선생님, 00 살아요?"
"그래"
"선생님 ~~ 어쩌고 저쩌고~"
역시나 말이 많은 준이는 조잘 재잘이다.
준이는 말이 많아서 훈계를 자주 듣는다. 그래도 늘 나에게 밝은 얼굴로 대한다. 어제의 내 모습이 후회가 되고 애들한테 미안하다.
준이랑 강이, 강이 엄마 덕분에 잠시나마 시름을 잊었다.
아이가 좀 안정된다 싶으니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렸나 보다. 아침부터 반 아이들 탓을 하며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또 설교를 늘어놓았다. 너는 17이고 곧 성인이니 언제까지 너한테 맞춰줄 순 없다고. 보편적인 가치관에 너무나 어긋나게 행동하니 보편적인 기준을 가르쳤을 뿐이지만 우리 아인 그게 습득이 힘든 아이였다는 걸 알면서도, 보듬어 주지 못하고 또 잔소리였다. 힘들다. 아이 특성에 맞게 다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우리 아이는 일단 받아줘야 된다. 그게 쌓이고 쌓여야 변화할 아이라는 또 한 번의 같은 결론에 이른다.
그래 우리 아이는 다르다. 다른 아이를 남들과 똑같은 경로로 똑같은 방향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을 버려야 된다.
오늘도 반성으로 시작한다. 선생님의 말에 콧방귀도 안 뀌고 맘대로 떠드는 아이들이긴 하지만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오늘 우리 아들에게 언제까지나 그렇게 네 편을 들어줘야 되냐고, 바르게 살아야 된다고 훈계할 필요는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반성에 반성만 하는 생활은 그만하고 싶다. 그리고 글쓰기를 남들과 비교하는 생각도 멈추겠다. 어차피 쌓인 게 많지 않고 출발점도 다른 글쓰기이다. 이미 나보다 100미터 앞선 분들을 어떻게 단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또한 일기 같이 내 일상을 나열할지라도 내 일상은 남의 일상과 다르니 읽는 이도 뭔가 얻는 게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쓰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쓰면서 위안받고 생각하고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면 된 것 아닌가? 내가 행복하면 되지 않나? 내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시 한번 다짐한다.
우리 아이는 남들과 다르다.
남들과 같은 경로와 목적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을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