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타기 영상을 본다
외줄 하나에 의지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폴짝 뛰고 줄에 앉고
사뿐사뿐 걸어가고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얼마큼의 인고의 시간을 견뎠을까
외줄의 끝은 허공이며
주어진 다른 길도 없건만
아슬아슬 떨어지지 않고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는구나
외줄에서 버티기 위해 대체 몇 번을 떨어졌을까?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외줄 하나에만 의지하고 견뎠구나
다 써가는 치약을 꾹꾹 누른다
손끝으로 입구를 향해 꾹꾹 누른다
돌돌 말아서 아래서부터 입구까지 눌러낸다
얼마나 꾹 눌러야 다 쓸 수 있을까?
없는 듯한데 쥐어짜면 쪼르르 흘러나오는 치약
쥐어짜고 쥐어짜서 더 이상 없을 때
가위의 힘을 빌린다
텅텅 빈 통 속에 벽면에만 흔적이 남은 치약들
다 쓴 치약은 빈 통을 채울 수 없다
새것으로 바꾸는 방법밖에는
줄 하나만 믿고 몸을 던지는 용기는
끊임없는 단련과 시간이 만들어 낸 것이며
텅 빈 치약은 다시 채울 수 없으니
바꾸어야 된다
인생의 방향을 어디로 틀어야 될까? 계속 위태한 외줄 타기를 할 것인지. 외줄 타기가 완성의 경지에 이를 것인지.
다 쥐어짜버린 마음도 무엇으로 바꾸어야 될지 복잡하다. 채우지 못하면 바꾸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바꾸어야 되는지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사는 게 다 비슷하고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 것인데,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견뎌야 되는지 모르겠다.
깜깜한 미로 속을 헤매는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아 눈을 차라리 감아버리고 싶지만 눈 감는다고 길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눈을 뜨고 벽을 더듬고 길을 찾아 한걸음 내디뎌야 미로를 벗어나겠지?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라도.
오늘은 아들을 다시 안아줬다.
마음을 알 수 없다.
묵묵히 안겨서 엄마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다.
사랑이 필요하구나.
너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허용치와 의미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