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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Oct 30. 2023

독후감(밤의 여행자들)

욕망을 따라가는 쪽도 억압하는 쪽도 다 치우침이다. 욕망을 따라가지도 않고 억압하지도 않고 그저 알아차릴 뿐이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자유로운 것이다. 이것이 중도다.

독후감을 쓸 때마다 이 문구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글 앞에 작아지는 내 모습과, 발행으로 작가님들께 보일 글 앞에 한 없이 부끄러워지는 내 모습을 들여다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을 따라가지도 않을 것이고, 독후감을 써 보고 싶은 욕망을 억압하지도 않을 것이다.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을 드디어 다 읽었다. 책을 빌려 놓고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읽는 게 습관이 되었다.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욕심스레 많이 빌린 책들을 다 읽으려면 이 방법이 그나마 제일 좋다는 결론에서다. 남편이 사라져 준 덕분에 벌려 놓은 책들을 조금씩 읽으며 완독 할 수 있어서 또 한 번 감사하다.

윤고은 작가는 EBS 라디오 프로그램의 윤고은의 북카페에서 이미 오래전에 알게 된 분이지만, 얼마 전 여행 관련 단편 소설 한 편과(아쉽게도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윤고은, 장류진 등등 다수 작가들의 여행 관련 소설만 모아놓았던 책이었다.) 장편 밤의 여행자들 2편밖에 읽은 것이 없다.

운전하면서 북카페 프로그램을 들으면 윤고은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고와서 이름도 참 찰떡 같이 잘 지었구나, 아니면 이름이 예뻐서 목소리도 예쁜가 생각도 하곤 했었는데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 좋았던 시간이다.(난 이름이 안 예쁘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대부분 남자로 나온다. 왠지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이 이름대로 바뀌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나? 나만 그렇게 느끼나? 그래서 내 이름이 좀 여성스러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표지 안 쪽의 작가의 모습마저도 아름답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미모도 타고나는 건지 잠시 시샘도 일었지만 내가 안 가진 걸 부러워한들 속만 상하지, 이 나이에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책의 등장인물 요나는 여행사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그 여행사는 재난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객을 모으는 특이한 여행사이며 요나는 재난을 찾아다니고 상품화하는 일을 하는 직원이다. 어느 날 요나는 김팀장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고 퇴직도 아닌 괴상한 형태로 한 달 휴가를 받아 소비자 입장에서 재난 여행에 참여하게 된다. 요나는 일정 지역에 오면 반이 나뉘는 기차간에서 화장실을 찾으러 갔다가 여권과 물건을 모두 다른 쪽 기차에 둔 채 여행지 무이에 남게 된다.

무이에서는 없는 재난을 마치 트루먼쇼처럼 일정한 각본에 의해 만들어서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본을 쓰는 작가도 있고 무이의 주민들은 대본에 의해서 관광객들이 올 때는 재난을 겪는 사람들로 탈바꿈을 한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다 읽은 시점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딱 일 년이 되는 날이다.(10월 29일)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그러다가 어떤 큰 재난이 우리 앞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재난들 앞에서 슬퍼하면서 언론은 처음에는 사건에 집중하다가 나중에는 하나 둘 보통사람들의 죽음이나 재난과 연결된 슬픈 사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보통 시민의 평범한 삶이 재난 앞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설의 구성도 똑같다. 재난을 연기하는 사람들은 실제 본인 가족이나 연인이 죽지 않았음에도 마치 재난으로 가까운 사람이 떠나간 것처럼 연기를 하게 된다. 여행을 온 사람들에게 공감할 만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호기심과 아름다운 감동을 제공하는 목적일 거라 생각된다.

뭔가 잘못되어 가는 프로그램 앞에서 요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까 봐 나름의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 요나 자신이 죽음으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무이에서는 대본에 의해 큰 재난이 발생할 예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자연에 의한 힘에 의해 실제 재난이 발생하게 되고 대본을 쓴 작가도 관련자들도 다 죽게 된다. 작가의 대본이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뭐가 선이고 후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죽어버린 요나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작가는 왜 밤의 여행자들이라고 제목을 썼을까 읽는 내내 궁금했다. 밤은 진실을 은폐할 수 있어서? 낮동안 벌어지는 거짓된 관광프로그램이 밤이 되면 다 제자리로 돌아와서? 의도는 모르겠지만 밤의 여행자들이란 제목이 은근 맘에 와닿는다. 역시 글은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목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다.


아 어렵다. 윤고은의 책은 줄거리 적는 수준으로만 끝낸다. 쓰다 보면 나의 독후감도 언젠가는 조금 발전할 수 있겠지? 다음에는 줄거리보다는 행간에 집중하며 다시 한번 더 읽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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