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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Oct 28. 2023

소설 2권을 읽고

퍼펙트 마더, 나는 아미입니다.

욕망을 따라가는 쪽도 억압하는 쪽도 다 치우침이다. 욕망을 따라가지도 않고 억압하지도 않고 그저 알아차릴 뿐이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도 않고 자유로운 것이다. 이것이 중도다.

아침에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시간이 있었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아직도 모호하긴 하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속에서 열심히 걸어 나가려고 애쓰고 있는 느낌이다.

언젠가 도가 트이는 날이 오길(지나친 욕심인 듯) 바란다.

법륜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을 잘 쓰고 싶은 것도 욕망인데, 나는 그만큼의 기반을 갖추지 못했는데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나 보다는 생각을 했더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쓰고 싶다는 욕망을 억압하지도 않을 것이며 잘 쓰고 싶다는 욕망에 얽매이지도 않고 싶다.


뉴미디어 들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50(6월 23일 이전 한국 나이) 먹은 나조차도 집중력을 저해시켜 놓았다. 스님 즉문즉설을 듣는데 계속 손도 가만히 못 있고 자세도 고쳐 앉으며 때론 중간중간 웹서핑을 하는 나를 보며 우리 반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구나 느꼈다. 물론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나이 든 아줌마도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만든 기기들을 되도록 손에서 멀리 해야 되는데 쉽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미래가 걱정이 많이 된다. 학교에서는 인권을 들먹거리며 쉬는 시간에도 폰을 볼 수 있게 하니 10분 동안 폰 속 영상에 흐트러진 아이들의 집중력이 교실 수업 속 선생님의 말로 돌아올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거기다 그 폐해를 다른 어떤 엄마들보다도 나는 잘 안다.

인권과 휴대폰 사용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왜 인권침해인 것일까? 내 머리로는 답이 안 나오고, 전국교육감님들의 평균연령을 생각해 봤을 때 본인들은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식들도 없을 테니 학교에서 휴대폰 기기 사용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내 자식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 테니 걱정거리도 아니겠구나 하는 추측도 생긴다. 인권 운운하며 모든 것을 다 풀어헤쳐버린 작금의 교육 상황들이 과연 인권과 맞물리는 게 맞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며 진보교육감님들의 저 발상이 교육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교육을 생각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많이 많이 든다. 최소한 교육은 표나 정치와는 멀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많이 든다.



어쨌든 요즘 엄청 떨어진 집중력에 방황하는 중년 아줌마가 지뉴님의 소설 한 권을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완독 했다.

나는 아미입니다

나도 한 때 방탄 소년단의 진만 보면 기분이 좋았던 때가 있어서 열심히 읽었다. 진에 대한 호기심이 중년 아줌마를 덕질까지는 이끌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이 대내외적으로 기여한 바를 생각하면 무척 아껴야 될 음악가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소설에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세 여자들이 BTS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각자의 삶의 목적을 찾아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읽으면서 작가인 지뉴님이 정말 덕후구나 느꼈다. 책의 곳곳에 뮤직비디오의 몇 초 부분까지 언급되는 걸 보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꼭 찾아보아야겠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평생 덕질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포도알 잡기(티켓구매 성공)라는 신조어도 배웠다.

그리고 얻은 교훈 하나. 조금의 일탈은 인생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나는 대청소를 공언했지만 식탁 위를 어질러 놓고 거실 바닥에도 다 마른빨래를 던져 놓고 아침에 불교대학 수업 후 책만 읽었다. 엄마라면 의례히 해야 될 것을 던져버리고 내 맘대로 하고 있는 지금의 일탈이 아마 다음 한 주를 살아갈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작가님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방탄의 콘서트를 보러 가면서 면봉 크기만 한 얼굴을 손톱만큼 크기로 보려는 의지를 펼치는 주인공들을 보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남들에겐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차이마저도 큰 차이로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엄마와 딸의 사랑, 친구 간의 찐한 우정을 담은 사랑, 덕질에 대한 사랑. 다양한 방향의 사랑을 읽고 느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서로의 인생에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세 여자의 우정이 너무 부러웠다.

소설을 읽으면 명문을 보면 와 어찌 이런 말을 쓰나,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감동이 있는 스토리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봤는데, 비록 온라인이지만 가까이서 소통하는 작가님의 글이라서인지 문장 하나하나마다 작가님의 고민과 열정이 느껴져서 허투루 읽기가 힘들었다. 이 소설을 쓴다고 얼마나 숱한 밤을 새웠을까? 글의 흐름을 어떻게 할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등등을 생각하면 작가님의 노고가 느껴져 이렇게 가볍게 재미있게만 읽어도 되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방탄팬이시라면, 서로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는 세 여자의 찐한 우정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퍼펙트 마더(에이미 몰로이)

502쪽에 달하는 장편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 데뷔작임에도 출간 전 원고 공개로 영화 판권이 계약된 책이라고 한다. (걸 온 더 트레인)과 (나를 찾아줘)에 이어 도시 여성 스릴러 3부작을 완성할 완벽한 작품이 나타났다는 찬사를 받았다는 책 표지의 안내를 보고 읽을까 조금 망설여졌던 책이다.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를 보고 상당한 불쾌했던 경험이 있어서였다.(어디까지나 주관적 경험입니다.)

요즘 남현희 씨 사건으로 뉴욕 이야기를 자꾸 듣는데 소설의 배경은 뉴욕 브루클린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모임을 시작하고, 모임의 아기 하나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아이를 찾기 위한 모임 엄마들의 노력은 결국 구성원들의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비밀들을 하나하나 들춰내는 계기가 되며 모든 엄마들의 인생을 망가뜨릴 것 같았지만 결국 이야기는 그럭저럭 평온한 결말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다. 퍼펙트한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결국 때론 필요 없고, 엄마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사랑이 충만한 것 자체만으로도 퍼펙트 마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반전 결말을 본 후 프폴로그를 다시 읽으보시면 아귀가 맞아떨어져서 작가의 서술 방식에 감탄을 표하게 될 것 같다.

502쪽의 장편을 읽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름 외우기였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영어 이름을 가진 주인공들이 헷갈려서 앞쪽을 다시 읽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여성 스릴러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퍼펙트 마더가 되고 싶은 욕구가 마음에서 일었는지 제목에 끌려 읽은 책. 영화로 나옴직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독후감을 써 보았습니다. 욕망을 따라가지도 억압하지도 않는 마음 자세로 발행해 봅니다. 글 읽는 작가님들 남은 주말 평온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진짜 청소하러 갑니다. ^^

(더불어 지뉴 작가님. 작가님 글에 누가 될까 봐 몇 번을 망설이다 발행합니다. 널리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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