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16일이니 보름이 지났다. 글을 쓴 이후 모든 쇼핑 앱을 거의 보지 않는다. 잡생각이 들고 스트레스 쌓이면 보던 홈쇼핑 프로도 보지 않는다. 쇼 호스트들은 본인은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면서 판매하는 상품이 무슨 명품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대는 것도 살짝 괴리가 느껴져서 싫기도 했다. 티브이도 거의 보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를 무기 삼아, 이렇게나 오래 직장을 다녔는데라는 것을 위로 삼아, 이 정도는 나를 위해 해도 돼,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진대라는 명제를 앞세우며, 습관적으로 사던 옷도 사지 않는다. 이렇게 계속 소비를 줄이고 싶다. 정리하기도 힘들고 철 바뀔 때마다 세탁비도 많이 들고, 옷 쓰레기도 환경오염의 큰 원인이라니 모셔 놓고 있고 버리기도 아깝고, 돈은 돈대로 드니 쇼핑 끊기의 이 기운을 계속 몰아간다면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들고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항상 내 옷을 10개쯤 사면 남편 옷을 2,3개쯤 생색내며 사 주곤 했다. 같이 돈을 벌지만 태고적부터 박힌 DNA 탓인지 남편한테 미안하다고 할 때가 많았다.
"여보 내가 옷을 좀 너무 사지? 앞으로 안 할게."
라는 궁색 맞은 말들을 늘어놀 때가 꽤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옷 쇼핑을 끊은 지 좀 되어 가니 남편한테 자랑스럽게 말한다.
"여보, 나 옷 안 산지 두 달은 된 거 같아. 잘했지?"
유치하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드나 보다.
"그러네. 잘했어."
"내가 브런치에서 선언을 했는데 안 지키면 안 되잖아. 글로 발행하고 약속을 안 지킨다면 그건 거짓말 인생이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여보, 대 놓고 선언한다는 게 참 무서운 거 같아. 어쨌든 읽은 독자님들께 부끄럽지 않게라도 계속 쇼핑은 끊어야 될 거 같아."
"그렇구나. 여보 그럼 한 가지 또 선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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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겠다고."
남편은 항상 방심하고 있을 때 나에게 큰 충고를 준다.
당신이 이래서 싫어 저래서 싫어, 이런 말 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은근슬쩍 한 방에 내 입을 다물어 버리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다.
그동안 내가 힘들다고 이혼을 너무 남발하긴 했다. 안타깝지만 남편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정말 미웠으니까.
남편의 한마디에 여러 가지 당부가 담겨 있다고 짐작된다.
- 여보 나도 이혼하잔 말은 듣기 힘들어.
- 여보 이왕이면 좋은 말 하자.
- 이혼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이혼하고 싶은 용기는 있니?
- 실행하지도 않을 거 듣기도 안 좋고 교육에도 안 좋은데 그만 말해.
- 습관적으로 뱉는 그 말 듣는 아이도 힘들고 지치고 불안할 거야. 등 등 등.
브런치 독자님들에게 이혼하겠다고 선언할 날이 오면 아마 글 쓰기가 중단되지, 그런 걸 선언할 일은 없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