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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un 20. 2023

첫사랑 2

(2002년 월드컵)

 첫사랑 그에 대해 들은 건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ㅇㅇ회사에 다닌다는 게 다였다. 나이도 동갑이었다. 사실 그때 나는 음력 나이로 쓰고 있어서 그 사람이 한 살 연하라고 듣고 만나러 나간 상태였다.


  그날은 2002 월드컵 한국 예선전이 고향에서 열리고 있던 때라 거리는 한산했고 햇살은 눈부시게 밝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커피숍에 손님은 그 혼자였다.

  그의 옆모습.

  흰 남방에  아이보리 바지. 딱 봐도 키는 커 보였다.

  그전에도 잘 생긴 남자들을 만나보긴 했지만 그냥 옆모습만으로 설렘을 주는 사람은 그 사람이 처음이었다. 창가에 앉은 그에게 비치는 유월의 햇살은 그를  더 돋보이게 했다.

  21년 전 일이니 내가 그의 앞에 앉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희미하지만 그의 옆모습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그의 앞에 앉아 아마 내 소개를 했겠지? 그가 밝게 웃었던 건 기억이 난다.

  차를 시키고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그가 제안한다.

  "친구들이 시내에 모여 있어요. 만나러 가실래요?"

   무슨 용기였던지. 소심하고 겁쟁이였던 나는 바로 네라고 대답을 했다.

  


 기억은 납니다. 더듬어갈 기억도 있지만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어떻게 풀어야 될지 고민스럽네요.

  내 경험도 이렇게 풀기가 힘든데, 창작을 하는 소설가, 극작가들이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소설이건 드라마건 영화건 글을 쓴 사람의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면 허투루 읽거나 봐선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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