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리시라고 하면 내리겠습니다. 미리 양해 못 구해 죄송합니다.)
우리는 진상 학부모를 JS라고 부릅니다. 진상 학부모만 있을까요? 진상 선생님도 있고 진상 교장님도 있고 진상 학생도 있습니다. 인간을 많이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한마디로 JS들에 둘러싸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는 2012년 저는 JS 교장님 때문에 이전도 이후도 겪지 못할 수모를 다 겪었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며 그때 흰머리도 훅 늘었고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우울증도 온 것 같습니다. 친정에 갈 때마다 그 학교를 지나가야 돼서 속이 아리곤 했는데, 영원히 그럴 줄 알았던 기억도 마음도 이젠 조금 무뎌졌네요. 나이 드는 게 좋을 때도 있네요.
제가 다섯 번째로 근무하게 된 학교였습니다. 제 고향의 강남 8 학군이라 불리는 지역의 학교라 학생수는 역삼각형 형태. 5, 6학년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학교였습니다.(학군 때문에 5, 6학년이 되면 학부모들이 위장전입까지 해 가며 이 학교로 전학을 시켰더랬죠.)
저는 학생회 업무와 6학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는 전교학생회 임원을 뽑을 때 일체의 소품을 금지했습니다. 홍보용 팸플릿도 인쇄업체에서 제작하면 안 되게 규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학생회 활동에 치맛바람이 부는 걸 막고 학생들만의 공정한 인물 뽑기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그때 제 연차가 16년이 되던 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 해가 재수 없는 한 해가 되려고 그랬는지도요.
아무튼 이전 학교의 규정만 생각하고 어른들께 상의도 하지 않은 채 학생회에 입후보한 학생들에게 소품 준비도 팸플릿 인쇄도 금지시켰습니다. 정말... 제가 왜 그랬을까요? 모든 업무는 상의가 기본인데 마가 끼었던 걸까요? ㅠㅠ
이 작은 사건 하나가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게 됩니다. 이 일 때문에 정든 고향을 떠나 7년 주말부부 생활을 정리하고 지금 사는 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초등 1학년 입학을 하게 된 큰아들이 바뀐 생활환경과 인간관계에 적응을 못하고 방황과 문제를 일으키는 계기가 된 거죠.
우리 반에 교사 딸내미가 전교회장에 입후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전교회장 유력후보는 지역의 중견기업(얼마 전 차은우가 그 회사 선전을 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대표 아들이었습니다.
제가 일체의 소품을 금지시키고 난 후 지역 중견기업 대표의 사모님이 교장을 찾아갔더라고요. 저 선생님이 자기 반 00 이를 전교회장을 시키고 싶어서 자기 마음대로 저러는 거다라면서요.
자 여기서 일반적으로 진정한 진실한(똑같은 JS네요) 교육자이고 교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일단 담당교사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물어야겠지요? 그리고 그 사모의 말이 진실이라면 시정을 요구하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그 사모를 설득시켜야겠죠. 그리고 상의하지 않고 업무 처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잔소리(?)를 해도 될 것입니다.
우리 JS 교장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를 교장실로 부르긴 했습니다.
그리고 냅다 소리부터 질렀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거야?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안 그래도 울상이셨던 그분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습니다. 큰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소리는 있는 대로 크게 지릅니다.(제가 학생인가요? 학생한테도 그러면 안 됩니다.)
"없었던 일로 공지를 다시 보내고 어쩌고 저쩌고~~"
"그걸 지금 방법이라고 말하는 거야?"
질러대는 소리에 귀가 먹먹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엄청 무섭긴 하셨지만 더합니다. 무슨 백설공주와 마귀할멈의 마귀할멈이 인간으로 제 앞에 부활한 느낌입니다.
그리고는 6학년 부장선생님을 호출하셨습니다.
"000 부장, 어떻게 하면 되겠어?"
"없었던 일로 공지를 다시 보내고 어쩌고 저쩌고~~"
우리 부장님이 하시는 말씀은 정말 제가 하는 말과 똑같았습니다.
여기서 황당하고 뜨악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아. 그래. 6 부장 그러면 되겠어?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ㅇ선생은 지금부터 업무에서 빠져."
휴.... 누구 말마따나 이게 뭔가요?
제가 얼마나 인간 같지 않아 보이면 똑같은 말을 했는데, 부장님의 말에는 미소를 띠며 그러면 되겠어이고 저의 말엔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하니 말입니다.
그 뒤로 저의 1년 교직생활이 참으로 순탄치 못했습니다. 온갖 사건에 휘말리고 정말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전도 그 이후도 인정받고 칭찬받던 저였기에 그 상황을 감당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마음 상태로 아이를 키웠으니 잘 클리가 있을까요? 거기다 남편도 곁에 없는 주말부부였으니까요.
그 JS 교장에게 무례하지 않게 요구하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속만 끓이고 힘들어하던 저였습니다.
그 이후 수많은 일들과 수모를 겪었는데, 다음에 풀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일의 결말은 황당합니다. 1년 동안 저를 괴롭히던 교장(교장이 그러니 교감 교무도 저를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다 여자였습니다. 안타깝게도...)에게 추석날 상품권을 선물했습니다. 아마 10월 말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 어땠을까요?
저를 보면 인사도 안 받고 쌩하니 옷에서 바람까지 일으키며 지나가시던 교장님.
갑자기 저를 아는 체합니다.
정말 제 교직 생활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입니다. 그해 아이들조차도요.
그리고 그 교장을 지금 만난다면 한마디 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사람 무시하며 살지 마세요. 교장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요."
그리고... 저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요? 한 사람을 일년 내내 포크로 찍듯이 찍어서 미워할만큼 대단한 일인가요? 글 읽으시는 분들도 좀 어이 없으실 것 같아요. 저는 저 사건 이후로 부자 사모님들이 두렵습니다. 그 철철 넘치는 교양 속에 담긴 날선 마음들이.
(물론 다 그렇진 않겠죠. 항상 어떤 집단마다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몇마리가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