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오랜만에 들어왔다.
작년 11월 4일 이후, 오늘은 글 써야지 다짐만 반복하며 거의 5개월 동안 브런치에 접속조차 못했다.
오늘은 맘을 먹고 노트북을 켰다. 타이밍도 참 절묘하다. 브런치에 접속하려는데 무슨 이유인지 집 차단기가 내려갔다. 브런치 아이디와 비번을 넣는데 차단기가 내려가니 인터넷이 끊겨버렸다.
몇 달 전 이 동네 관할 변전소가 고장난 적이 있어서 그 경우인가 싶어 밖을 내다봤지만 다른 집은 환하다. 전기를 한꺼번에 쓰지 않았는데 왜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필연도, 운명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우연인 이 상황을 글을 쓰려던 순간과 연관지어 본다.
글 쓰지 말란 말인가? 앞으로는 잘 써 보란 말인가?
쓰지 말란 건가봐.
그동안 브런치를 기웃거리긴 했다. 독자수가 1,2명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도 봤고, 브런치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했던 작가님 두 분은 브런치북에 당선되는 것도 봤고(인사드렸었지만 너무 대단하시고 축하받을 일이다), 브런치에 멤버십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생긴 걸 보면서 내 글은 가닿지도 못할 제도가 생겼구나 잠시 상심하기도 하고.
브런치에 통과되고 처음 글을 쓸 땐 너무 신나서 부끄러움도 생각지 않았다. 지금 보면 읽기조차 부끄러운 글들이 대다수이다. 그런 글로 브런치북에 도전했다니 우습다. 작년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여하튼 글쓰기의 여정은 내 신변의 무거운 일들과 상심거리들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한줄기 빛이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브런치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을 위한 점수를 따야 돼서 너무 바빴고,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서 멀어졌다.
매일 눈 뜨면 지나가는 사물 하나, 일어나는 사건 하나, 듣고 보는 이야기들 하나하나에서 글감을 찾던 일상이 멀어져 버렸다. 그렇게 근 반년이 또 지나갔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니 두렵다.
쓰고 싶지만 생각이 안 난다.
쓰고 싶지만 짬이 날지도 의문이다.
쓰고 싶지만 공간 안의 시선들이 두렵다.
쓰고 싶지만 예전처럼 솔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쓰고 싶지만 오랫동안 인사도 못 드린 작가님들 보기도 부끄럽다.
그래도 쓰고 싶다.
예전처럼 매일 쓰진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쓰고 싶다.
과연 나는 다시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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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보니 짐작이 된다. 너무 피곤해서 커피 마시려고 올려둔 전기포트 때문에 부하가 걸린 모양이다. 멀티탭을 바꿔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