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다 잤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하루를 보내고 일찍 자고 싶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머리도 정지된 느낌이었다.
쓰지 말아야 될 글 같았지만, 내 마음 정리를 위해 모처럼 글을 한 편 쓰고 남편과의 다툼을 끝냈다.
끝은 났지만 사소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서인지 몸은 움직이나 모든 게 정지된 느낌이었다. 혼이 빠진다는 게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니 이런 상태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주위가 멍해지고 머릿속은 텅 비고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일들이.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그래봤자 11시지만...) 아들이 방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들어가서 물을 수도 없다.
분명 이유는 있겠지만, 방을 열고 묻는 나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자애롭게 말하기도 영 어색하고, 그건 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쓸데없는 다툼이 될 가능성도 있기에 그냥 듣고 있는다.
아들과 나 사이의 깊은 골은 언제 메워질까?
내가 얼마나 인생을 똑바로 못 살았으면 이 모양인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잠이 깨 버렸다.
갱년기 증상인지 잠들기 힘든 날이 많은데 이렇게 잠이 깨버렸으니 다시 잠들기는 힘들 것이다.
맑은 정신으로 수업하려면 잠을 자야 되는데, 험난한 하루가 예상된다.
어쩔 수 없이 브런치를 열었다.
어려울 때 연락하는 선배 선생님께 만날 때마다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다.
"다음에는 좋은 소식 들고 연락할게요."
그 약속은 결국 깨진다.
마찬가지로 브런치에도 좋은 소식으로 글을 올리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내 기준이 맞다고 생각하는 나도 문제이고, 부인 말을 들어주는 척 하지만 자기 고집대로 하는 남편도 문제이고(이 글을 읽으면 분명 남편은 반박할 것이다. 맞다. 남편 기준에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게 아닐 테니까 말이다.) 사랑을 주고 싶지만 튕겨내는 아들도 문제이고.
문제들만 한가득인 느낌이다.
언제쯤이면 이 깊은 문제들 속에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고개를 들고 책장을 보니 어휘가 독해다라는 아이 어릴 적 문제집이 보인다.
독해.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
아들 마음의 독해도, 내 마음의 독해도, 남편 마음의 독해도 언제쯤 가능할까?
마음을 풀어놔야 독해도 가능한데, 마음을 자세히 풀지 않고 최소한의 말만 하는 이 남자들.
독해가 불가능하다.
횡설수설.
오늘도 잠은 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