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하나하나 이야기를 나눠주고 싶었지만 올해도 또 나한테 말 건 학생들에게만 눈을 더 많이 맞췄구나.
내 손에서 조금은 성장한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고 노력했지만 변화가 미미한 학생들을 보면 교사로서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
힘든 아이들이 유독 많은 반을 맡아도 참고 견뎌야 된다. 주변에 투덜거려 봤자 해결해 줄 사람도 없고 우리 반 일은 온전히 내 몫의 일인 것이다.
한 해 고행하는 느낌으로 살다가 학생들을 새 학년으로 올려 보내야 될 때가 되면 새 학년에 가서 잘 적응할지 뒷일도 걱정된다.
종업식을 마치고 의식처럼 치르는 학부모에게 감사 문자 보내기.
'항상 협조해 주시고 신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밝게 성장해서 무사히 한 해 마무리하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충 이런 내용이다.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해는 감사 문자가 띵똥 띵똥 계속 울린다. 키운다고 고생한 학생의 보호자가 진심을 담은 문자를 보내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진상(JS) 보호자도 간혹 있지만 진심(JS)인 학부모들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대한민국 선생님들 지금쯤 다 명퇴했거나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고생하고 계실 거다.
어느 집단이나 물을 흐리는 사람은 존재한다. 교사 집단도 물론 있다.대한민국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 학교를 다녔기에, 다닐 것이기에 아무래도 교사에 대해서 다들 잘 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일정 나이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 교사 때문에 안 좋은 경험도 한두 번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진상(JS) 보호자보다 진심(JS) 보호자들이 더 많은 것처럼 나쁜 선생님들보다 밤낮으로 학생들 걱정과 수업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교사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올 한 해도 농사 잘 지어 영근 열매를 수확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씨 뿌리고 물 주고 키우는 단계가 이제 반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알이 크고 튼튼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학생들 마음을 좀 더 보살피고 학부모와 더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올해는 제가 뽑기를 잘했는지 크게 힘들게 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하지만 6월 들어서니 날도 덥고 학생들도 저를 잘 파악해서 편안해졌는지 풀어졌습니다. 더 떠들기도 해서 많이 지쳤는데 글을 쓰다 보니 새 마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어른은 저고 학생들은 애기들이죠. 문자 속 선생님이 또 한 번 되어야겠습니다.
*여담으로 발령 초기에 친구가 그랬답니다. 너네는 애들 하교하면 퇴근하고 좋겠다. 아이고 대한민국 선생이 그럴 수 있다면 글 읽고 계시는 분들 모두 선생님 하시라고 강추드리는 바이옵니다.
설마 그 때의 내 친구처럼 교사는 학생들 하교하고 나면 퇴근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지금도 있는 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