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한 곳이지만, 이 곳에서 일하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회사에 자기소개서를 썼다. 이게 자기소개서인지 소설인지 모를 정도였지만, 그렇게 나만의 자소서를 제대로 한 편 써 내려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대학교 4학년 시절, 하루 종일 자소서 한 줄을 썼다 지웠다 하는 게 하루 일과 중 하나였으니까.
수많은 리포트를 작성해봤지만,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만큼 나 이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힘든 취준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자소서를 쓰는 방법에 대해 이제 조금 알 것만 같았다.
최근 지인을 통해 한 친구가 자소서를 쓰는 조언을 구한다며 연락이 왔다. 그 친구를 통해서 다시 깨닫게 된 여러 가지 자소서 작성 팁을 여러분께 안내하려고 한다.
내가 써야 할 건 회사 소개글이 아니라
내 자기소개서다.
그 친구는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친구였고, 이번에 증권사 인턴 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이 자소서를 읽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OOO 자기소개서야? 아니면 ☆☆회사를 소개하는 PPT야?"
사실 처음 자소서를 써보는 친구들이 가장 먼저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에 자기소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소서를 쓰기 전, 이 친구는 회사에 대한 기업 분석을 했다. 그리고 "내가 이 회사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회사의 장점에 대해 주구장창 늘어놓는 자기소개서를 쓰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300~500자 내에 한 항목씩 써야 하는 자기소개서 특성상 자기에 대한 언급의 기회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그렇게 전체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OOO라는 사람의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 회사에 대한 언론에서 밝혀진 장점들만 나열하게 된다. 그렇게 자소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광탈의 쓰레기통으로 직통하게 된다.
자기소개서인가, 회사소개서인가... 자신의 글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WHAT을 나열한 자소서보다
HOW를 써야 내가 비로소 보인다
내가 어느 공모전에 나가서 대상을 받았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서 상을 받았는지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했던 대외활동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기 어렵다. 특히, 처음 자소서를 쓰는 친구들은 내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이 자소서 안에 모든 것을 기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원자가 어떤 공모전에 나갔고,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보다 그 활동들을 어떻게 했는지가 더 궁금하다. 그렇게 말하면 자소서를 쓰는 취준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500자 밖에 못쓰는 자소서 항목에서 그것을 어떻게 했는지를 다 써요? 칸이 모자라요!"
보통 우리가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1) 이력서 2) 자기소개서!
WHAT보다는 HOW에 집중하기.
많은 친구들이 자기소개서에 집중을 많이 하기에 이력서에 대해 간과하기 쉽다. 사실 실제로 자기소개서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력서가 작성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이력서에 기재하는 편을 추천한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서는 나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안에서도 '나'라는 사람을 나타낼 수 있는 특성(예를 들면 '섬세함', '추진력')을 잘 보여주는 한 사건을 골라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한 항목당 나를 나타낼 키워드를
1개로 정해야 한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조성모- 가시나무)"
내 안에는 내가 가진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보통의 취준생들은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자기소개서 꽉꽉 채워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나는 이 세상에 어떤 시련이 와도 못해낼게 하나도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된다.
자우림의 가시나무 리메이크 버전(출처: 나는 가수다)
내가 가진 재능은 엄청나다.
나는 '소통'을 잘하고,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상대방의 니즈 파악'이 빠르며, '꼼꼼'하고, '추진력'이 있으며, 일을 진행할 때 '실행력'있게 일을 마무리한다. 이런 친구들이 꼭 이 회사를 들어와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자소서다. 하지만 자소서를 작성한 친구들 중 80% 이상은 이런 단어를 꼭 사용한다. 안 쓴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게다가 이 모든 재능을 한 항목에 모아서 적는 순간 이 자소서는 인사담당자들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순삭 된다.
사실 자소서를 쓰다 보면 위의 키워드들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자소서를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들만이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우선 이 직무에 필요로 하는 소양 및 태도에 대해 먼저 파악한다.
2. 그리고 내가 가진 특성 와 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특성의 교집합을 찾는다.
3. 그리고 그 키워드를 찾았으면, 그에 맞는 사건을 찾는다.
4. 그리고 이 키워드를 부각할 수 있게 자소서를 작성한다.
글을 쓰다 보면 또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나의 다른 모습까지 인사담당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불뚝불뚝 생기지만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소개서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잡히니까.
제목이 없는 글은
별로 읽고 싶지 않다.
취준이 처음인 친구들이 쓴 자소서 첨삭을 부탁받아, 그들의 자소서를 마주하게 되면 우선 인상부터 쓰게 된다. 각 항목별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것 같은데 딱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인사담당자들은 취준생들이 쓴 자기소개서에 큰 시간을 할당하지 않는다. 읽히지 않는 자소서는 읽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인사담당자들이 자소서를 읽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는, 읽고 싶은 자소서로 만들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제목이다.
제목이 분명하거나, 제목이 기발한 자소서는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되고, 그 항목의 첫 번째 줄과 두 번째 줄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된다. 하지만 제목이 없는 자소서는 첫 줄을 읽을 때부터 눈에 피로감이 쌓인다.
좋은 자소서는 제목, 첫 번째 줄과 두 번째 줄을 읽었을 때 취준생이 하고자 하는 말과 자신을 나타내는 특성이 바로 보이는 글이다. 이렇게만 돼도 인사담당자에게 끝까지 자소서를 읽지 말라고 해도, 인사담당자가 '얘 봐라?"라는 생각과 함께 이 친구가 궁금해서 끝까지 자소서를 다 읽게 될 것이다.
자소서를 처음 쓰는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는 말은 우선 본인에 대해 마인드맵을 해보라고 많이 해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우선 기한이 정해져 있고, 취업을 해야 하니 자기소개서를 기계적으로 쓰게 된다. 하지만 한번 붙는 자소서는 다른 회사에서도 붙게 되어있고, 한번 떨어지는 자소서는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떨어지게 되어있다. 그렇게 처음 내 자소서의 기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자기 혼자 하기 힘들다면, 부끄러워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렇게 누군가에 도움을 청할 때, 내 취준 기간은 도움을 청한 횟수만큼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