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단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해 Feb 15. 2021

불안과 불안 사이

나는 늘 가슴이 파르르 떨린다.

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멋진 삶을 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난 더 불안해져갔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 더욱 불안해져 갔다. 내가 가진 것은 쥐뿔도 없는데, 나이만 들어간다는 느낌이랄까.


무언가 끊임없이 불안하다. 끝이 없는 길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몽롱한 이 기분.

앞에서 치이고, 뒤에서 치이면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에 점점 ? 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렸다. 훌쩍 이 자리를 피해 도망가버리고 싶지만,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는 위치, 상황이 되어버려 그저 맥주 한 캔, 소주 한 잔에 복잡한 머릿속을 해결하려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내 머리는 지끈거리는 숙취만 가득할 뿐,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기 힘들다.


불안과 불안 사이

나는 늘 불완전하다.


사람들은 늘 완벽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간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나를 다그치기도 하고, 남을 다그치기도 한다. 원래 그런 것에 무딘 성격이면 좋겠지만 예민하고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 사소한 것에서도 스트레스는 1g씩 쌓여간다. 후추가 몸에 쌓여 소화되지 않듯, 나도 내 몸에 후추를 뿌린다.


사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게 편한 사람이 있을까. 아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게 크게 어렵지 않은 사람도 종종 만나보게 된다. 소위 내가 말하는 일상형 사이코패스. 우리 주변에 이런 일상형 사이코패스는 생각보다 많다. 세상이 점점 더 발전하고 빠르게 변할수록, 일상형 사이코패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그런 일상형 사이코패스들에게 더 유리한 세상으로 변해간다.


그들은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들이 사람을 죽이면서 레벨 업을 하듯이 주변에 착한 직장인들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점차적으로 1단계, 2단계, 3단계 일상형 사이코패스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대응하기 힘든 존재가 된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는 나는 이 곳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그렇게 나는 내 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 곳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렇게 나는 또 세상이 바라보는 패배한 사람이 되고 만다. 불안한 내 처지, 불안한 내 감정은 어디에 정착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