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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Sep 06. 2021

비가 오는 날이면,


비가 오는 날이면,

극도로 피곤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부터 비가 왔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갈까? 차를 가지고 출근할까? 고민이 됐다. 고민하다 버스를 타기로 선택했다. 월요일 아침은 차가 너무 막히기도 하고, 비 오는 날 차를 가지고 회사를 가면 회사 도착하기 전에 오늘 써야 할 에너지의 50%를 쓰는 것 같아 버스를 선택했다. 


역시 버스를 타도 비가 오는 날이면 차는 막힌다. 도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버스를 타도 피곤한 건 매한가지네. 이럴 때 비가 안 오는 보통의 날의 감사함을 느낀다. 역시 비가 와야 비가 오지 않는 보통의 날들이 새롭게 보인다. 


경기도로 거주지를 이동하고 나서 출퇴근 시간이 지방에서 살 때보다 우상향 했다. 지방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출퇴근 시간이 '편도 20분 / 왕복 40분'이었는데, 여기서는 편도 '1시간 30분 / 왕복 3시간'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도로에 버리는 시간을 못 참겠다고 생각한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렇게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에 익숙해져 갔다.


그래도 비 오는 날이면 밀리는 퇴근길에 난 버스 안에서 녹초가 된다. 몸이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더니, 집에 와서는 맥 빠진 콜라가 되어버렸다. 역시나 비가 오는 날이면, 몸이 극도로 피곤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이 좁게 느껴진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대학시절 기숙사 4인 1실에 살던 나는 기숙사 2인 1실로 이동을 꿈꿨다. 한 방에 2명씩 생활하는 것을 바랐던 나는 2년 뒤 2인 1실로 기숙사를 이동했다. 2인 1실로 이동하고 나니, 나를 제외한 그 1명이 없는 혼자만의 방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기숙사를 나와 원룸을 구했다. 


원룸에 나의 몸을 땅바닥과 물아일체를 할 때의 그 행복한 감정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원룸에 익숙해질 때쯤, 나는 첫 직장을 구했다. 직장을 구하고 난 후, 나는 대학생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컨디션의 원룸을 다시 구했다. 뭐. 조금 더 나은 컨디션이라는 것은 화장실이 환기가 잘 되고, 화장실에서 푸시업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몇년 뒤 나는 결혼을 했다. 처음으로 내 집을 가지고, 그 집에서 첫 샤워할 때를 잊지 못한다. (눈물 반, 물 반)뿌듯함이랄까. 그렇게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점점 원룸의 향기와 멀어져갔다.


오늘 갑자기 비가 왔다. 빨래통에 빨래가 한가득이다.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그리고 빨래를 집안에 널었다. 선풍기를 빨래 앞에 위치시키고, 빨래들을 휘날리게 만들었다. 빨래에 우리집 땅과 공기를 모두 빼앗긴 느낌이 든다. 선풍기를 틀어놔도 뭔지 모를 눅눅함에 휩싸인다. 갑자기 대학시절 살던 원룸이 생각한다. 그리고 불연듯 답답하더니, 지금보다 더 넓은 집을 원하는 나를 발견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이 좁게 느껴진다.

'집이 좁은 게 아니라, 내 사고가 아니 내 마음가짐이 좁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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